[프라임경제] 기아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지만, 영업이익은 20% 넘게 줄었다. 외형은 커졌고, 수익성은 눌렸다. 미국 관세와 경쟁 심화, 환율 변수까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기아는 1분기 글로벌시장에서 77만9741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한 수치로,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판매다. 매출액은 29조5019억원으로 5.3% 늘며 전체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문제는 이익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2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7.5%로 3.2%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미국 관세 영향만 7550억원이 반영됐고, 북미·유럽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판매보증충당부채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아 입장에서 1분기 실적은 '많이 팔아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판매와 매출이 모두 늘었는데도 이익이 줄었다는 점은 비용구조의 압박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 관세는 일회성 변수로 보기 어렵다. 향후 정책 환경에 따라 수익성 방어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외형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흔들리는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판매 확대만으로는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기아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은 제품 믹스다. 매출원가율은 관세 영향으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오른 80.3%를 기록했지만, 관세를 제외하면 77.8% 수준이다. 고부가가치 차종과 ASP 상승이 비용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한 셈이다. 결국 기아의 실적 방어력은 판매 대수보다 어떤 차를, 어느 가격에, 어느 시장에서 팔았는지에 달려 있었다.
지역별 흐름도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EV3 △EV5 △PV5 등 전기차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아중동 권역 공급 차질이 있었지만, 북미 하이브리드 모델 공급 확대와 서유럽 전기차 판매 확대로 전체 판매를 방어했다.
소매 기준으로 보면 흐름은 더 선명하다. 글로벌 산업수요가 7.2% 줄어든 상황에서도 기아의 현지 소매 판매는 3.7%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1%로 올라섰다. 기아가 4%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전체가 줄어드는 국면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외형 성장보다 더 의미 있는 대목이다.
친환경차 성장은 이번 실적의 또 다른 축이다.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23만2000대로 전년 대비 33.1% 증가했다. 하이브리드는 13만8000대로 32.1% 늘었고, 전기차는 8만6000대로 54.1%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9.7%로 전년보다 6.6%포인트 확대됐다.
지역별 친환경차 비중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국내는 59.3%, 서유럽은 52.4%까지 상승했다. 미국도 23.0%로 확대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 논란 속에서도 기아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 실적 방어에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관건은 수익성 회복이다. 기아는 한국에서 △EV4 △EV5 △PV5 판매 확대와 셀토스 하이브리드 출시를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텔루라이드·카니발 등 고수익 차종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EV2부터 EV5까지 이어지는 볼륨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운다.
결국 1분기 기아 실적은 성장과 압박이 동시에 드러난 성적표다. 매출 최대 기록은 브랜드 체력과 제품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영업이익 감소는 관세와 비용 변수 앞에서 수익성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도 확인시켰다. 앞으로 기아의 실적을 가를 기준은 판매 확대 자체보다 믹스 개선과 비용 방어를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리게 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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