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 인력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사병 대비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다. 또한 순회진료가 공보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24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공개한 '의과 공보의 대상 근무 실태 및 제도 개선 방안' 설문조사 결과(전체 회원 945명 중 214명 참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는 공보의 수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사병 대비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을 꼽았다.
공보의는 3주간의 군사훈련 이후 36개월의 의무복무를 수행한다. 이는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인 18개월의 두 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열악한 근무 여건'(11.7%), '의대생 중 남학생 비율 감소'(9.8%) 등을 인력 감소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응답자의 85.1%는 "공보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장기적으로 인력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근무 형태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1.4%는 의료기관 1곳에서만 근무하고 있었으며, 24.3%는 2곳, 15.9%는 3곳, 8.4%는 4곳 이상 기관을 순회하며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은 응급의료기관이나 비연륙도 등 순회진료가 불가피한 지역을 제외할 경우, 실제 순회진료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순회진료에 대해 응답자의 64.1%는 "공보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주변에 민간의료기관으로 대체 가능한 근무지가 많다는 점(64.9%) △여러 기관에 대한 과도한 진료 및 관리 책임 부담(62.0%) △진료 연속성 저해(45.0%)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의료 접근성 개선(41.5%) △근무지별 진료일수 감소로 인한 의료 접근성 저하(39.2%) 등이 꼽혔다.
순회진료의 대안으로는 '근무지 개수를 줄이고 주요 거점 중심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응답이 7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셔틀버스나 택시 등 이동 수단을 지원해 의료기관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42.1%를 차지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사관학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78.5%는 해당 정책이 지역의료 공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도서·벽지 등 열악한 지역을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78.0%) △성실 근무 유도 및 복무 이후 지역 정착을 위한 유인책 부족(76.3%) △지방과 도시 간 의료 격차 심화 및 계층화 우려(53.8%) △지역 환자들의 신뢰 부족으로 인한 이용률 저조 가능성(40.3%) 등이 제시됐다.
박재일 대공협 회장은 "마을 단위로 분산된 보건지소 중심 진료 체계에서 벗어나, 시·읍 단위 주요 거점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진료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보건의료기관은 단순 저가 진료 공급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통합돌봄 기능에 집중하고, 전문 진료는 병원 등 거점 의료기관으로 집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설문 결과를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닌, 공보의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복무기간과 근무 환경 문제가 동시에 제기된 만큼, 단편적인 제도 보완이 아닌 전반적인 운영 방식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복무기간은 길고 근무 환경은 열악한 구조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공보의를 선택할 유인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근무 조건과 보상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순회진료 문제와 관련해선 "여러 기관을 오가는 방식은 의료의 질과 연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거점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교통 지원 등 현실적인 접근성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의사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단순히 인력을 특정 지역에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근무 이후에도 지역에 남을 수 있는 환경과 동기 부여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보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복무기간 단축과 근무 환경 개선, 지역의료 체계 개편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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