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Tango] 그럼에도, 다시 발을 맞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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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Tango’가 지난 22일 개봉했다.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새벽의 Tango’가 지난 22일 개봉했다.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지원(이연 분)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듯 들어간 공장에서 누구보다 긍정과 다정함의 힘을 믿는 룸메이트 주희(권소현 분)를 만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Tango(탱고)’를 함께 추자는 제안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지원은 자신을 기다리며 건네는 주희의 서툰 스텝을 따라가며,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용기 내어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마침내 다시 누군가를 믿어보려던 찰나, 어린 조장 한별(박한솔 분)이 일으킨 사고에 주희와 함께 휘말리며 지원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 ‘새벽의 Tango’는 믿음 뒤에 남겨진 책임의 무게를 홀로 감내하던 지원이 룸메이트 주희가 건넨 서툰 ‘Tango’ 스텝을 따라 다시 관계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단편 ‘흔적’ ‘거북이가 죽었다’ 등을 연출한 김효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돼 주목받았다.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보다 관계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관계가 무너진 이후의 회복이 아닌, 그 이후를 어떻게 버텨내고 다시 관계를 감당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는 관계를 감정의 흐름으로만 따라가지 않는다. 지원과 주희, 그리고 한별까지 이어지는 세 인물의 관계는 각기 다른 태도가 부딪히며 만들어진다. 주희가 끝까지 타인을 믿으려는 인물이라면, 지원은 쉽게 마음을 내주지 못하고 거리를 두는 인물이다. 여기에 한별은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변수로 작용한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연·박한솔·권소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연·박한솔·권소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이 세 인물은 서로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며 관계를 형성한다. 가까워질 듯 멈추고, 다시 어긋나는 흐름이 반복된다. 관계는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 가까워지는 흐름과 어긋나는 순간이 이어지며 균형은 계속 흔들린다.

제목에 놓인 ‘Tango’는 이러한 관계의 방식을 압축한 장치다. 영화 속 Tango는 단순한 춤이 아니다. 서로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멈추고, 기다리고, 속도를 맞추는 과정이 핵심이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이 춤은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감독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탱고’가 아니라 ‘땅고’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하게 정형화된 춤이 아니라, 낯선 곳에 모인 이들이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함께 걷는 방식으로서의 춤이다. 영화 속 Tango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움직임으로 기능한다.

이연은 친구의 배신 이후 세상과의 소통을 끊고 공장으로 숨어든 지원 역을 맡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의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권소현은 관계를 향해 먼저 손을 내미는 룸메이트 주희로 분해 닫힌 마음을 두드리는 다정한 태도를 보여준다. 박한솔은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한별 역을 맡아 관계 속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 인물의 불안을 그대로 전달한다.

김효은 감독은 “관계와 믿음, 그리고 그에 따르는 책임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하며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선물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함께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117분,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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