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한국 경제와 외교·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물류, 수출까지 충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기 변수로 보지 않고 한국 경제 구조와 외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동 전쟁 영향과 대응 과제 점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동 전쟁의 영향과 과제’ 토론회를 열고 에너지 안보와 외교 대응 전략을 점검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청래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정식 의원 등 당 지도부와 국회 외교통일위원들이 참석했으며, 학계 전문가들이 발제와 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던져진 메시지는 ‘전쟁 자체에 대한 규정’이었다. 정청래 대표는 “전쟁에는 너 나 없이 다 피해자”라며 “전쟁은 또 하나의 정책이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최악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로 전쟁을 막을 수는 있어도 전쟁으로 평화를 살 수는 없다”며 “평화가 곧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이 외교·안보 사안을 넘어 경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대외 의존성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는 어느 나라에서 전쟁을 하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도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재래시장에서는 돈이 돌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며 체감 경기와 지표 간 괴리를 언급했다. 이는 전쟁 여파에 대한 현장 체감 우려를 드러낸 대목이다.
다음으로 에너지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무역의 약 27%, LNG 수출의 약 22%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국제 에너지 공급망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휩싸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군사적 긴장이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해상 물류와 에너지 안보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문제로 바라본 것이다.
이어 외교 전략을 둘러싼 쟁점도 언급됐다. 조정식 의원은 “원유 수입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은 곧바로 민생 경제에 타격으로 이어진다”며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연대해 전쟁의 조기 종식을 추진하고, 이후 해협 안전을 위한 후속 조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공조와 별개로 한국의 대응 범위를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안보 영역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언급도 나왔다. 김병주 의원은 “중동 전쟁은 우리에게 상당한 경제 위기를 가져왔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회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방산 수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을 분석해 미래 전쟁에 대비하는 자주국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대응을 방산과 자주국방 논의로 연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서 반복된 키워드는 ‘전략적 자율성’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럴 때일수록 외교·경제·안보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되 국익 관점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는 에너지 수급과 물류, 수출 구조에 대한 부담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에너지 공급망 대응, 수출 의존 구조의 충격 완화, 외교 대응 범위 설정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실제 정책 대응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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