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 시설의 현주소… 국가가 답할 차례

시사위크
20일 국회 앞에는 발달장애인의 완전한 자립을 위해 국회는 응답하라는 천막이 쳐져 있다. / 사진=김소은 기자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나라를 향해’라는 글을 게시하며 기념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전국 1,524개의 장애인 거주 시설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여전히 ‘제2의 도가니’라 불리는 비극이 시설 곳곳에서 반복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 열고 장애인 거주 시설의 구조적 학대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발의했다. 이번 요구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113명의 의원이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국가가 방치한 구조적 폭력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며 △장애인 거주 시설 내 학대 및 관리·감독 체계 실패에 관한 국정조사 착수 △색동원 시설 폐쇄 조치와 함께 피해자 자립 지원 대책 수립 △태연재활원 운영 법인 공공 전환 및 지역사회 자립 추진 등을 요구했다.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구체적으로 △사건 발생 경위와 은폐 구조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책임 미비점 △시설운영자 및 관련 이해관계의 영향 여부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5년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장애인 거주 시설 내 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각인시켰다. ‘2024년 울산 태연재활원’과 ‘2025년 인천 색동원’ 등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관련 사건이 공론화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방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색동원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후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지 않았고, 시설장에 대한 직위 해제와 시설 폐쇄 결정도 형사 사법 절차 결과와 피해자 연계 시설 등을 핑계로 뒤늦게 이뤄졌다.

또한 이미 5년 전 학대 사실이 적발돼 개선명령을 받았음에도 이후 4년 이상 시설장의 성폭력이 지속돼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더해 2022년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음에도 방문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고, 2025년 4월 의혹 제기 후 심층 조사까지 3개월이 걸리는 등 국가의 방치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 열고 장애인 거주 시설의 구조적 학대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발의했다. / 서미화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 열고 장애인 거주 시설의 구조적 학대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발의했다. / 서미화 의원실

태연재활원 학대 피해자의 어머니인 강정숙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가 장애인 정책을 잘못 만들어 시설이 필요해진 것”이라며 “시설에서 맞고 성폭행당하며 자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우리 아이는 태연재활원에서 한 달 동안 40회 폭행을 당했다”며 다시는 학대받은 시설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미화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발생한 시설 내 학대는 1,652건으로 연평균 257건에 달하며 238개소(15.6%)에서 학대가 확인됐다. 가해자 87.5%가 시설 종사자였고 학대의 약 29%는 5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시설 내부의 폭력 문제가 얼마나 만연한지 보여준다.

특히 가해자들은 신고하기 어려운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김준형 입법조사관의 ‘왜 장애인 거주 시설 학대는 반복되고, 늦게 드러나는가’에 따르면 피해 장애인의 유형은 △지적장애 68.6% △자폐성 장애 7.6% 등 발달장애가 약 76%를 차지했다. 이는 피해 사실 증명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에게 폭력이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전체 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 3,033건 중 피해자 본인 신고는 612건(20.2%)에 달했지만 발달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의 경우 132건(12.5%)에 그쳤다.  

김준형 입법조사관은 비극의 원인으로 △신고의무자 제도의 한계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전문성 부족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지자체 조사·감독의 한계 △장애인 거주 시설 인권실태조사의 정형화 문제 등 제도적 허점을 꼽았다. 제도의 공백이 피해자에게 직접 이어지는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제46회를 맞는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이 단순히 기념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울산, 서울, 대구 등 전국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반복되는 폭력을 멈추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실질적인 국정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장애인 거주 시설의 현주소… 국가가 답할 차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