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찾아가는 인재 베팅…실리콘밸리 채용 전쟁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기술 인재를 직접 만난다. 'HMG 테크 탤런트 포럼(Hyundai Motor Group Tech Talent Forum)'이라는 이름의 행사와 통합 채용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채용 이벤트 보다는, 인재를 확보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에 가깝다.

이번 포럼에는 현대자동차 미국법인과 기아 미국법인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미국기술연구소(HATCI),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보스턴다이나믹스, 모셔널, 포티투닷(42dot) 등 그룹 내 주요 9개사가 참여한다. 개별 계열사 단위가 아니라 그룹 단위로 묶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채용 역시 'HMG 글로벌 테크 탤런트'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진행된다.

이 구조는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의 채용은 계열사별 수요에 맞춰 분산적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술 인재를 하나의 풀(pool)로 보고, 그룹 차원에서 선발한 뒤 각 조직에 배치하는 방식에 가깝다.

결국 채용의 단위가 바뀌고 있다. 회사 중심에서 기술 중심, 나아가 그룹 단위 인재 운영 구조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이번 포럼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경쟁의 기준 변화다. 현대차그룹은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영역 전반을 채용 범위로 설정했다. 기술 분야만 보면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이 겹치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강조된 메시지는 기술 자체보다 '사람'에 가깝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은 기술 개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연구 인력 간 연결과 비전 공유를 핵심 요소로 언급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원론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에서, 경쟁의 무게중심이 조직과 인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같은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연결과 실행 속도가 경쟁력을 가르는 단계다.

행사 장소 역시 상징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포럼을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오는 9월17~18일(현지시간) 개최한다. 글로벌 기술 인재가 밀집된 지역으로 직접 들어가 채용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방식과 분명히 다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해외 인재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구조에 익숙했다. 반면 이번에는 인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현장에서 평가하고 선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최종면접을 포럼 현장에서 진행하는 구조는 단순 채용 설명회를 넘어 '기다리는 채용'에서 '찾아가는 채용'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번 통합 채용에는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그룹 내 기술 조직들이 함께 참여한다. 이 구성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로보틱스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사업 구조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 위한 시도다.

즉, 이번 채용은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그룹 내 기술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기반 작업에 가깝다. 기술 영역이 세분화될수록 조직 간 단절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를 인재 단계에서부터 통합하려는 접근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움직임은 인재 확보를 넘어선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인재를 뽑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인재를 묶느냐다. 개별 조직 단위의 채용이 아닌, 그룹 차원의 기술 인재 풀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이는 전동화 이후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차량 개발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까지 포함한 통합 역량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인재는 더 이상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

결국 이번 포럼의 핵심은 행사 자체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인재를 뽑는 방식을 바꾸고 있고, 그 변화는 기술 전략과 맞물려 있다. 채용은 더 이상 선발 과정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 방향과 조직 구조를 동시에 결정하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 현대차그룹은 그 출발점을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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