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지선 앞두고 드러난 여야 셈법

시사위크
선거제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동시에 추진됐다. 그러나 적용 범위와 수준을 둘러싸고 소수정당 진입 확대와 거대 양당 유리 구조 유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선거제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동시에 추진됐다. 그러나 적용 범위와 수준을 둘러싸고 소수정당 진입 확대와 거대 양당 유리 구조 유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6·3 지방선거가 4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제 개편안이 1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정당 조직 규제 완화까지 묶인 이번 개편은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 끝에 마련된 절충안이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대표성 강화’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가 순수한 개혁의 결과인지, 아니면 각자의 유불리를 반영한 계산의 산물인지에 대한 해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 비례 확대·중대선거구 도입… 변화 범위는 제한적

이번 개편의 출발점은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 확대다. 2002년 광역의원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10%를 유지하던 비례대표 비율이 14%로 확대됐다. 정개특위 논의 기준에 따르면 약 27~28명 정도 규모의 의석이 추가될 전망이다.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만큼 지역구 결과에 따른 의석 변동을 일부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일정 득표율을 확보한 소수정당도 의석 진입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다만 효과는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같은 거대 정당은 지역구 성적과 관계없이 비례 의석으로 손실을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의석을 잃더라도 정당 득표율을 유지하면 일정 수준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역시 지지 기반이 강한 지역에서 비례 득표를 통해 추가 의석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비례대표 확대 폭이 14%에서 멈춘 배경에 눈길이 간다. 당초 정의당 등 소수정당은 비례 비율을 30% 이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비율이 크게 올라갈 경우 지역구 중심의 의석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비례대표 확대는 소수정당의 의석 진입 기회를 넓히는 효과를 갖지만, 동시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정당도 비례 의석을 통해 지역구 결과에 따른 손실을 일부 보완할 수 있어 양당에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됐다. / 뉴시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됐다. / 뉴시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광주에서의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동구·남구갑, 북구갑·을, 광산을 등 4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광역의원을 3~4명씩 선출하는 방식이 처음 적용된다.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뽑던 방식이 바뀌면서 2~3위 후보도 당선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서는 그동안 의석 확보가 어려웠던 호남 지역에서 진입 가능성이 생겼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 선거구에서 복수 당선이 가능한 구조를 갖게 됐다.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기보다 여러 후보가 나눠 갖는 방식이지만, 조직력이 강한 정당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중대선거구제는 확대된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11곳에서 시행됐던 제도가 이번에는 16곳이 추가돼 총 27곳으로 늘어난다. 다만 전면 도입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 한해 적용된다. 적용 지역은 수도권과 충청, 영남 등 전국에 분산됐다. 중대선거구제 역시 소수정당과 제3세력의 진입 기회를 넓히는 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에서만 시행되는 만큼 전체 정치 지형을 바꾸기에는 범위가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 조직과 관련한 변화도 포함됐다.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에 사무소를 둘 수 있게 되면서 지역 조직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지구당 부활은 아니지만, 지역 기반 정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다. 지방선거에서 조직 활동 비중이 큰 만큼 여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감소 지역을 고려한 조정도 이뤄졌다. 전북 장수군 등 일부 지역은 인구 기준에 미달하지만 광역의원 수를 유지하기로 했다. 인구만 기준으로 할 경우 인접 지역과 선거구가 통합되거나 의석이 줄어들 수 있는 지역이다. 정치권은 이 경우 특정 지역의 목소리가 의회에서 반영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제 개편은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정당 조직 규제 완화를 함께 담고 있다. 일부 제도는 소수정당과 제3세력의 진입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됐지만, 적용 범위와 수준을 고려하면 기존 정치 구도를 크게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개편은 ‘대표성 확대’와 ‘현실적 조정’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제도 변화가 실제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선거제 개편] 지선 앞두고 드러난 여야 셈법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