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ing anything you can’t see in it
White dashes of contrails’.”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말하는 것, 하얀색 비행운의 흔적들)
-Ed Roberson의 ‘Here’ 중-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비행기 뒤로 생기는 흰 구름 띠, ‘비행운(飛行雲, Contrail)’은 낭만적이다. 파란 하늘을 가르며 생겨난 뒤 금세 사라진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비행운은 여러 문학 작품에서 자유로움, 덧없음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된다.
사실 비행운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남는다. 다만 낭만적이거나 긍정적 의미는 아니다. ‘기후변화’이라는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과학자들은 비행운이 온실가스 이상의 기후변화 주범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 넓게 퍼진 비행운, 지구 ‘온실효과’ 유발
비행운은 약 8,000m 이상의 고도에서 발생한다. 엔진의 뜨거운 배기가스와 수증기가 높은 고도의 영하 38도 아래 찬 공기와 만나면 순간적으로 얼어붙는다. 이것이 가늘고 긴 꼬리 모양으로 공중에 늘어지게 되면 우리가 아는 비행운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사실 발생 원리만 살펴보면 비행운이 왜 기후변화의 원인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비행운 자체도 수증기가 얼어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전문가들도 비행운에서 배출된 성분의 ‘화학적 효과’가 기후변화 자체엔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행운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대기물리연구소 연구팀(IPA)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복사효과(Radiation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복사효과는 물질이 매질 없이 전자기파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현상이다.
비행운은 처음엔 띠 모양을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넓게 퍼진 ‘권운(卷雲)’ 형태로 변한다. 우리말로는 ‘새털구름’이라고도 한다. 권운으로 변한 비행운은 햇빛은 통과한다. 하지만 지상에서 발생한 ‘지구복사열’이 우주로 방출되는 것은 막는다. 이로 인해 ‘온실효과’가 발생,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비행운에서 발생한 권운의 온실효과는 예상보다 막대하다. DLR IPA 연구팀은 권운화 된 비행운의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을 측정했다. 복사강제력은 온실가스, 에어로졸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지구복사열 균형이 깨져 발생하는 에너지 흐름 차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이 수치가 높으면 온실효과 유발 효과가 높다는 의미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행운을 뜻하는 ‘항공유발구름(AIC)’의 복사강제력은 50mW/m²이었다. 이 가운데 약 80%는 권운화된 비행운이 차지했다. 전체 항공 부문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산화탄소의 복사강제력이 약 1.82mW/m² 수준인 것을 감안 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DLR IPA 연구진은 “권운화된 비행운인 항공유발구름은 전 지구적 구름량 변화를 가져와 태양으로부터의 입사 복사, 지구 표면, 대기에서 상승하는 복사 사이에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이로 인해 복사강제력을 발생시키고 하층 대기 온도 구조 변화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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