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이후 막막”…한국GM 노조, ‘지속가능 미래계획’ 공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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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심지원 기자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GM 노조)가 회사의 2028년 이후 사업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복된 공장 폐쇄와 인력 이동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극심한 가운데 단기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미래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은 16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GM 본사와 한국산업은행 간 10년 유지 합의가 종료되는 2028년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라며 “회사가 계약 종료 시점에도 ‘떠나지 않겠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2028년 이후 장기 사업 방향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먼저 그는 최근 투자와 배당 정책의 불균형을 문제로 지적했다. 안 지부장은 “회사는 투자 계획을 강조하면서도 중간배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조와 충분한 공유 없이 진행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6억달러 투자 계획이 대부분 기존 생산 차종 유지에 집중돼 있고, 2028년 이후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배당을 추진하려면 향후 10년 이상의 장기 사업 방향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흑자 전환 이후 투자보다 배당에 무게를 두는 모습은 산은의 공적자금 투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GM의 구조조정 패턴을 언급하며 한국GM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GM은 호주, 인도, 유럽, 러시아 등에서 공장 폐쇄로 인한 내수 축소 이후 배당과 구조조정을 거쳐 철수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안 지부장은 “2018년 합의 당시 산은이 어떤 조건으로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비밀 유지 조항 뒤에 숨지 말고, GM 철수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과 합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2028년까지 국내 사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1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어 노조는 신차 계획 부재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현재 생산 중인 차량 대부분이 출시 5년을 넘긴 상황에서 신규 프로젝트 없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안 지부장은 “신차 출시부터 단종까지 통상 5~7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 시점에서 2028년 이후 생산할 차종과 미래차 전환 계획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GM 주력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생산 시한은 각각 2030년과 2032년으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 역시 언제든 변경될 수 있는 계획”이라며 신차 생산주기 단축과 후속 모델 조기 확정을 요구했다.

지난 16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심지원 기자

수출 구조의 취약성과 내수 전략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재 한국GM 생산 물량의 90% 이상이 북미 수출에 집중돼 있어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노조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에 미국 GM 본사를 방문해 글로벌 생산, 신차 기획, 시설 투자 담당 임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그는 면담을 통해 한국 공장의 유연한 생산 체계와 기술력을 어필하고 후속 프로젝트 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안 지부장은 “현재 생산 차종의 후속 프로젝트 배정을 강하게 어필하고 돌아올 것”이라며 “엔트리급 전기차 세그먼트처럼 GM 내에서 비어 있는 라인업을 한국에서 개발·생산할 가능성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장 폐쇄를 직접 겪은 조합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1996년 입사한 진재경 조합원은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세 번의 공장 폐쇄를 겪었다”며 “공장의 폐쇄로 지역을 옮겨 다닌 탓에 자녀들의 성장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정상화돼 더 이상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군산공장 출신인 양재명 조합원도 “부평2공장 첫 출근 날 ‘2년 뒤 공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3년 만에 폐쇄됐다”며 “현재도 내가 어느 소속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미래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의 핵심 의제를 임금·성과급보다 구조적 불확실성 해소에 두겠다고 밝혔다. 안 지부장은 “올해 임단협의 핵심은 임금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며 “성과 분배는 당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2028년 이후의 투명한 미래 계획을 노조와 공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원하청 공동 대응’과 ‘정년 연장(시니어 고용)’ 확대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숙련 퇴직 인력을 재고용해 기술 단절을 방지하는 방안을 회사에 제안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달 말 요구안을 발송하고, 상견례는 6월 초 전후로 전년도와 유사한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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