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분쟁] 대법, 의결권 제한 인정… ‘상호주’ 형성 적법성은 판단 안 해

시사위크
지난해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법적 분쟁이 이어진 가운데, 영풍은 대법원이 의결권 제한 조치의 유지 여부만 판단했을 뿐 상호주 형성 과정의 적법성은 다루지 않았다고 보는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결정을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 확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지난해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법적 분쟁이 이어진 가운데, 영풍은 대법원이 의결권 제한 조치의 유지 여부만 판단했을 뿐 상호주 형성 과정의 적법성은 다루지 않았다고 보는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결정을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 확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의 의결권 분쟁을 둘러싼 대법원 결정 이후, 양측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비철금속 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고려아연이 인위적으로 상호주 관계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자, 영풍은 이를 풀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이 지난 2일 영풍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의결권 제한 조치는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이번 결정을 두고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풍 측은 의결권 제한 여부만 판단됐을 뿐 지분 구조 형성의 적법성은 판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의결권 제한’ 대법 결정 의미는

이 사건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호주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해외 자회사인 SMH(Sun Metals Holdings Ltd. 호주법인)를 통해 영풍 지분을 10% 이상 확보했고, 이로 인해 두 회사 간 상호 지분 보유 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와 그 자회사 등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경우, 해당 회사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 규정을 근거로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이에 영풍은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호주 구조를 만들어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상법상 요건을 충족한 결과일 뿐 적법한 경영권 방어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법원의 판단은 의결권 제한의 ‘요건 충족 여부’에 집중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주주총회 당시 SMH가 영풍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었던 이상 상법상 의결권 제한 요건이 충족된다고 봤다. 즉 현재 형성된 상호주 구조를 기준으로 볼 때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는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건에서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제기된 ‘상호주 구조 형성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 사진=김두완 기자
대법원은 사건에서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제기된 ‘상호주 구조 형성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 사진=김두완 기자

다만 이번 판단은 어디까지나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사건에서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제기된 ‘상호주 구조 형성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앞선 항고심을 맡은 고등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상호주 형성에 위법성이 없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가처분 단계에서 이를 인정할 만큼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또한 재판부는 “설령 공정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형벌이나 과징금 부과와는 별개로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자체가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즉 공정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위반이 의결권 제한 조치를 무효로 볼 정도로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결과로서의 의결권 제한’과 ‘그 과정의 적법성’을 분리해 본 판단으로 해석된다. 전자는 인정됐지만, 후자는 가처분 판단 범위를 넘어선 쟁점으로 남았다.

특히 공정거래법 이슈는 이 지점에서 다시 부각된다. 고려아연이 자회사를 통해 영풍 지분을 확보하면서 형성된 상호 지분 구조가 단순한 투자 결과인지, 아니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구조가 형성된 것이라면 공정거래법상 탈법행위로 문제될 여지도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의결권 제한 자체의 효력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렸지만, 상호주 구조 형성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남겨둔 상태다. 이 때문에 같은 판결을 두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으며,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여부에 따라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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