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환경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 책임과 피해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경제 상위 10%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취약계층과 빈곤국이다. 기후변화 원인에서 가장 먼 사람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후 불평등’이 향후 글로벌 경제·사회에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 불공정’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계층, 특히 아동과 고령층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 공급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바로 ‘물’이다. 기후변화가 부른 사회적 불공정은 수자원 공급에도 차등을 발생시켰다. 해수면 상승과 가뭄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태평양 지역,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이다.
◇ 기후 불평등, ‘한 잔’의 물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유엔통계위원회(UN STATS)’는 2020년 97개국의 강, 호수, 지하수 지역 수자원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60%, 7만6,000여개 수역의 물이 사용가능한 용수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중 빈곤국가 수역은 단 1%에 불과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된 뒤, 부족한 취약계층의 수자원 공급망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과학기술대 환경공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홍수, 장기간 가뭄, 해수면 상승 등 복합적 요소를 발생, 상수도 인프라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그 결과, 전 세계 최대 30%의 수자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관련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사범대 인간-환경 시스템 지속가능성 연구센터(CHESS), 호주 디킨대 통합생태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2050년 전 세계 도시의 물 부족 현황을 정량화했다. 그 결과, 오는 2050년엔 16억9,300만~23억7,3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 인구들 대부분은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주민들이었다.
연구팀은 “일부 도시는 수자원 사용 효율 개선, 기후변화 완화, 해수 담수화, 지하수 개발 등을 통해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인도, 파키스탄 등을 포함한 16개 도시에서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국내외 정치권 역시 관련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수자원 신분제’라는 표현이 오늘의 세계를 매우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세계에는 아직도 22억명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UN)에 따르면 위생 부족, 불충분한 위생환경 때문에 5세 미만 아동이 하루에도 1,000명 넘게 목숨을 잃고 있다”며 “물의 불평등은 단순한 자원 문제가 아니라, 건강·성별·교육·빈곤이 겹쳐지는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기후위기 속 수자원 불평등… 경제·사회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불평등, 수자원 공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가장 큰 기후 금융 격차와 기회는 개발도상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의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PCC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 취약 지역에 대한 공공 보조금 확대는 효과적으로 기본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높은 사회적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에서 완화 및 적응을 확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리협정의 연간 1,000억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공공 재정과 금융 흐름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높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금융 구조 개편 없이는 기후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과 정치권 역시 기후변화 시대, 기후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 역시 관련 문제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월 20일 ‘2026년 물관리정책실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안심하고 누릴 수 있는 물 환경 조성 △빈틈없는 이·치수 관리체계수립 △지속가능한 물 관리 역량 강화, △탄소감축형 물 관리 체계 전환의 4가지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이 중 세부 이행 방안에서는 ‘도서·산간 등 물 공급·처리에 취약한 소외지역’의 중점 관리 내용도 담고 있다.
차지호 의원은 “사회적으로 가장 먼저 ‘물은 상품 이전에 권리이자 공공재’라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며 “기후위기 시대의 물 사용에도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식수와 위생, 병원과 학교, 기본적인 생계와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물이 가장 먼저 보장 돼야한다”며 “그 다음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생산 활동, 그보다 뒤에야 사치적이고 비필수적인 고소비 물 사용이 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적으로는 수자원의 과잉소비를 줄이고 가뭄과 재난 시기에 비필수 고소비 용수부터 먼저 조정하는 사회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국제적으로는 기후 취약국에 대해 물·위생 인프라, 누수 감축,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재이용 시스템, 지역 역량 강화 같은 공공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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