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조지 오웰, ‘동물농장(1945)’ 중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거 자연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었다. 태양과 바람, 물은 모두가 함께 느끼고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 평등의 원칙이 깨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다.
이제 자연환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같은 폭염도 누군가에겐 에어컨 하나면 견딜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생명을 위협받는 재난이 된다. 기후변화의 시대,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 판자촌에선 냉방기구가 있어도 쓰지 못한다
15일, 전국 수도권 낮 기온이 23~26도 안팎까지 올랐다. 아직 봄꽃들이 지지도 않았는데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한낮 온도가 28.1도, 경기 가평은 29.7도까지 올랐다. 기상청에서는 고온다습한 남풍,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여름 수준의 더위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4월 중순, 이른 더위에 취약계층은 벌써부터 걱정인 분위기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틀기 어려워서다. 15일 기자가 방문한 강남 판자촌 ‘구룡마을’도 마찬가지였다. 봄을 잊은 듯 내리쬐는 뙤약볕에 피부가 타는 느낌이었다.
햇빛을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간 주민들 더위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팔자 좋은 소리”라며 말을 아꼈다.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치는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판자촌의 문제는 냉방기구가 있어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낡은 전력 인프라 때문이다. 구룡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했었다는 김중천(74) 씨는 이곳 전선이 대부분 30년 이상 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날이 뜨거워진 최근 몇 년간 약해진 전선이 끊어져 버려, 화재 위험도 커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구룡마을 주변을 기자가 돌아본 결과, 대다수 낡은 전선들이 눈에 띄었다. 전선들은 뜨거운 뙤약볕에 겉부분 고무가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 문제가 주민들 주장처럼 오랜 시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그런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했다. 다만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날씨에 전선 수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구룡마을 주민 중 한 명은 “최근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정말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낡은 전선이 주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기저기 얽힌 전선과 뜨거워진 날씨에 부서지는 고무피복에 전선이 약화돼 냉방기구가 있어도 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 지구온난화, ‘상위 10%’가 70%의 책임이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최근 ‘기후신분제’의 모순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온난화의 약 67%가 부유한 10%의 인구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경제인구의 1인당 지구온난화 평균 기여도와 비교해선 6.5배 높은 수준이었다.
상위 1%의 가장 부유한 경제인구의 경우, 전체 지구온난화의 20%를 기여했다. 1인당 지구온난화 평균 기여도와 비교해선 최대 20배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특히 ‘미국’의 상위 10%가 평균 국민보다 3.1배 지구온난화에 기여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대비 최대 17배 많은 수치다.
반면 취약계층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훨씬 낮았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평균 소득 9만달러 (약1억3,270만원) 이상 상위 1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49%였다. 반면 연간 소득 하위 2,000달러(294만원) 이하의 배출량은 8%에 불과했다.
기후 불평등에 있어 주목할 곳은 ‘아프리카’다.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3~4% 수준에 불과했다.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톤 미만 수준이었다. 북미와 유럽 지역 연간 1인당 배출량이 15톤, 8톤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IIASA 연구팀은 “미국과 중국 내 상위 10%의 기여는 아마존, 동남아시아, 동남아프리카 등 취약 지역에서 극단적인 더위 현상을 2배에서 3배까지 증가시켰다”며 “가뭄 신호의 경우 10월에 아마존 지역에서 가장 강하게 발생했는데 세계 상위 10% 배출량이 극심한 가뭄 빈도를 2.3배로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저소득층이 전 세계 부유층에 집중된 지구온난화 책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적응과 손실, 피해의 관점에서 현재 제공되는 대책은 평가되는 피해 규모 대비 효과가 극히 미미하기에 관련 조치에 대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