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LCC) 시장에서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수송객 증가 속도가 운항 확대를 앞지르면서, 주요 항공사들의 탑승률이 90%를 웃도는 구간에 진입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먼저 움직이는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흐름은 단기적인 회복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좌석을 늘려야 채워지는 시장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수요를 따라 공급이 조정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전반의 경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먼저 제주항공의 1분기 실적은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송객 수는 331만명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4%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운항편수 증가율은 10% 수준에 머물렀다. 좌석 공급보다 이용객 증가 속도가 더 가팔랐다는 의미다. 탑승률은 91.9%까지 올라섰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구간에 가까운 수치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실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공급 확대 없이도 수요가 자연스럽게 채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좌석을 늘리기보다 이미 있는 좌석이 먼저 채워지는 구조다. 항공 시장이 회복 국면을 지나, 수요 주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흐름은 장거리 노선에서도 확인된다. 에어프레미아는 국제선 누적 탑승객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 7월 첫 국제선 취항 이후 약 3년9개월 만의 성과다.

운항 거리의 70% 이상이 미주 노선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평균 비행거리가 5000㎞를 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단거리 중심의 수송 확대가 아니라, 장거리 수요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
장거리 노선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좌석 단가와 운영 비용이 동시에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탑승률이 유지된다는 것은 여행 수요가 특정 구간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단순 이동 수요가 아니라, 장거리 여행 수요까지 함께 회복되고 있는 단계다.
시장 안착 단계에 있는 항공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파라타항공은 국제선 취항 이후 탑승률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3월 기준 93%를 넘겼다. 취항 초기 60%대에서 시작해 몇 개월 만에 90%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수요 흡수 속도가 빠르다. 일본과 베트남 등 경쟁이 치열한 노선에서도 좌석이 채워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여유가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 흐름을 묶으면 하나의 방향이 보인다. 항공 수요는 이미 회복을 넘어 확장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좌석을 늘려야 채워지는 시장이 아니라, 좌석이 부족해지는 구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겹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장기간에 걸쳐 분산되며 이어지고 있고, 단거리뿐 아니라 장거리 여행까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외국인 입국 수요 역시 점차 살아나면서 국제선 전체의 탑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사 전략도 이 흐름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김포~제주 노선 슬롯을 최대한 활용해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인천~제주 노선을 주 2회 시험 운항하며 외국인 수요까지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중심 구조를 유지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파라타항공은 안정적인 운항과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기 시장 안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노선을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확보한 좌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채우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탑승률이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다만 이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현재의 높은 탑승률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다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시점에서 분명한 점은 하나다. 항공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에서 수요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행기를 얼마나 띄우느냐보다, 얼마나 채우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 지금 항공업계는 그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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