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효율은 높아졌지만, 인간은 사라지고 있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한국 사회는 지금 '효율적으로 혼자 사는 방식'을 빠르게 학습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청년층의 다수가 인간관계를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웃과 교류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 이상의 대화를 줄이고, 관계를 정리하며,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선택이 늘고 있다. 가족 간에도 대화를 최소화하거나 침묵으로 갈등을 피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관계는 더 이상 유지해야 할 자산이 아니라 줄여야 할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효율성을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재편하고 있다는 신호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며, 혼자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직장에서도 설명과 설득보다 메시지와 결과 중심의 소통이 늘어나고, 대화를 통한 이해보다는 시스템을 통한 처리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간의 연결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문제는 조직이 여전히 '관계'를 전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업은 사람 간의 이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지식은 대화를 통해 전달되며, 리더십은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결국 구성원은 관계를 줄이고, 조직은 관계를 요구하는 구조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40~50대 핵심 노동세대는 이 충돌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들은 후배와의 대화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조직을 운영해야 하고, 설명을 줄이면서도 책임은 유지해야 하는 이중 압박 속에 놓여 있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은 '대화 없는 협업'과 '이해 없는 조직 운영'이다.

이 흐름을 방치할 경우 조직은 효율성을 얻는 대신 효과성을 잃게 된다. 혼자 처리하는 업무는 빨라질 수 있지만, 함께 만들어야 하는 성과는 오히려 약화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협업이 형식화되고, 경험은 축적되지 않으며, 조직의 문제 해결 능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소통 문제를 넘어 조직 경쟁력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응은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 관계가 어려워지자 협업을 줄이고, 소통이 부담이 되자 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함께 하는 일을 나누고, 가능한 한 혼자 처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회피다. 조직이 인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이상, 관계를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혼자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함께 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조직 내에서는 선배와 후배 간의 대화 구조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업무 지시가 아니라 경험이 전달되고, 맥락이 공유되며,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가 다시 작동해야 한다. 인력경영학(HRM) 관점에서도 조직의 성과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연결의 질에서 결정된다. 관계가 사라진 조직은 효율적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결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효율성으로 살아가는 사회는 이미 완성되어 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효과성의 회복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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