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 선서 거부 파장] 국조특위, 쌍방울 ‘기소 논리’ 충돌

시사위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거부 사유에 대한 육성 소명 요청 도중 강제퇴장을 당하고 있다. / 뉴시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거부 사유에 대한 육성 소명 요청 도중 강제퇴장을 당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박상용 검사가 또 선서를 거부했다. 지난 3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검사는 이날도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서영교 위원장이 선서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박 검사는 구두 설명을 요구하며 맞섰다. 입장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증인은 퇴장 조치됐다. 핵심 증인이 두 차례 연속 선서를 거부하면서 국정조사는 초반부터 거센 충돌이 펼쳐졌다. 이후 질의는 증언 확보가 아닌 사건 해석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다.

◇ 회의록·녹취 놓고 맞붙은 국조특위

이날 회의에서는 박 검사 퇴장 직후부터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핵심 증인이 증언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형사소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선서 거부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맞섰다. 서영교 위원장은 선서 거부 사유를 소명하지 않은 채 퇴장한 것은 국정조사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지만 국민의힘 위원들은 증인에게 불리한 절차가 강요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증인 퇴장을 둘러싼 공방은 회의 초반 분위기를 좌우했고, 이후 질의 역시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보다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해석 충돌로 이어졌다.

여야 위원들이 시작부터 격하게 충돌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성격을 둘러싼 공방이 먼저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쌍방울이 북한에 송금한 800만 달러가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과 연결된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재판에서 이미 사실관계가 인정된 만큼 사건의 본질은 대북송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건이 본래 기업 범죄 수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쌍방울의 횡령과 주가조작 의혹 등 기존 수사 대상이었던 사안을 검찰이 정치 사건으로 확대 해석했다는 주장이다. 같은 자금을 두고도 ‘방북 비용 대납’과 ‘기업 자금 흐름’이라는 해석이 맞섰다.

양측 주장은 곧바로 증거 논쟁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제출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관련 회의록을 문제 삼았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작성됐다고 제출된 문서인데 형식과 글씨체가 동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작성 경위와 진위를 따져 물었다. 특히 해당 문서가 사건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신빙성 문제가 직접적으로 수사 전체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검사 측 김영남 증인(당시 부장검사, 현재 변호사)은 “작성 과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 뉴시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 뉴시스

이어 질의는 수사 방식으로 이어졌다. 일부 녹취록이 제시되면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진술을 유도하거나 형량을 낮추는 조건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태도가 바뀌면 다른 피의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언급되면서 수사기관이 특정 결론을 전제로 진술을 끌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조작 기소’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김영남 증인은 변호인 측에서 선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화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발언 일부만으로 전체 수사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수사 기록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위원들은 출정 시간과 면담 기록이 실제와 다르게 작성됐을 가능성을 짚었다. 특정 날짜에 존재하지 않았던 면담이 기록에 남아 있거나 조사 시간과 출정 기록이 맞지 않는 사례가 제시됐다. 일부 증인은 감찰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남 증인은 개별 문서의 작성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시 기록 작성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후 질의에서는 수사 과정에서의 조사 방식 자체가 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동일 사건 관련 수용자에 대한 반복 소환과 접촉 방식이 법무부 지침에 어긋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교도관 증인들은 당시 수용자들이 함께 모여 있거나 외부 음식이 반입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고, 사전 고지 없이 접촉이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영남 증인은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개별 승인이나 구체적인 조사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조특위에 참여한 여야 위원들은 국정조사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사안을 국회가 다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재심 절차를 통해 다투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과정과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기존 판단과 별개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날 국정조사는 동일한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전제를 바탕으로 해석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박상용 검사의 선서 거부로 시작된 긴장은 회의 내내 이어졌고, 질의와 답변은 사실관계 확인보다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해석에 집중됐다. 쟁점은 드러났지만 입장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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