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사망검토제도 논의①] 엇갈린 아동사망 분석… 기록이 놓치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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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동 사망 관련 대응은 사후 사건 처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만, 사망을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하는 구조는 갖춰지지 않았다. / 뉴시스
현재 아동 사망 관련 대응은 사후 사건 처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만, 사망을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하는 구조는 갖춰지지 않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아동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원인을 묻고 대책을 요구한다. 사건 직후에는 제도 개선 필요성이 강조되고, 관계 기관의 대응을 점검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논의는 개별 사건에 묶인 채 흩어진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조건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별도로 관리하고 분석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같은 유형의 비극이 되풀이된다.

◇ 현행 아동사망, 영역별로 관리… 통합 분석은 없다

이런 한계는 예전부터 지적돼 왔다. 아동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이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기보다, 사건 발생 이후에야 반응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실제로 아동 정책은 자살, 안전사고, 학대 등 유형별로 나뉘어 운영돼 왔다. 각각의 영역에서는 대응이 이뤄지지만 사망이라는 결과를 중심으로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은 부족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이 ‘아동사망검토제도(CDR, Child Death Review)’다. 이 제도는 사망 원인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 사망을 대상으로 의료·수사·복지·교육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해 사망 경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어떻게 죽었는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죽음이 발생했는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별 사건의 책임을 가리는 절차가 아니라 반복되는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예방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기존 대응 방식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이와 거리가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제도적 진전은 있었다. 올해 1월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의심사망사건’을 분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계자 면담과 자료 요청 등을 통해 사망 원인을 들여다보고, 이를 검토하는 분석특별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망 이후를 분석하려는 제도적 시도가 처음으로 법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이 제도는 이름 그대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사망’에 한정된다. 사고나 자살, 방임, 원인불명 사망 등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체 아동 사망을 기준으로 보면 일부만 들여다보는 구조다. 사망을 유형별로 나누는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처럼 사망을 범주별로 나누는 것이다. 아동의 죽음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사고로 분류된 사망이라도 관리 부실이나 방임이 배경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자살 역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가정·학교·지역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체계에서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포착하기 어렵다. 각 영역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아동 사망은 사건마다 원인이 다르게 보이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체계는 부족하다. 사고, 자살, 학대 등으로 나뉜 대응 방식 속에서 공통된 위험 요인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아동 사망은 사건마다 원인이 다르게 보이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체계는 부족하다. 사고, 자살, 학대 등으로 나뉜 대응 방식 속에서 공통된 위험 요인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통계 역시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 10년간 아동 사망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사망 원인을 보면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10대에서는 자살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나타나고, 1~9세에서는 사고와 함께 타살이 상위 원인으로 확인된다. 영유아에서는 질병과 더불어 외인에 의한 사망 비중도 일정 수준 존재한다. 사망은 줄고 있지만, 그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도는 이들 사망을 하나의 틀에서 분석하지 않는다. 자살은 정신건강 정책 영역에서, 사고는 안전 정책에서, 학대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각각 다뤄진다. 사망이라는 결과를 중심으로 공통된 위험 요인을 도출하고, 이를 정책으로 환류하는 구조는 부족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사각지대’다.

학대 사망의 경우 공식 통계는 신고된 사례를 중심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부검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는 기존 통계보다 수배 많은 사례가 추정되기도 한다. 이는 현재의 기록 체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무엇을 보지 못하느냐’다. 현행 체계에서는 특정 범주의 사망만 제도 안으로 들어온다. 그 밖의 사망은 통계로만 남거나 개별 정책 영역에서 분산 관리된다. 이 과정에서 사망을 둘러싼 맥락과 공통된 위험 요인은 드러나지 않는다. 기록은 남지만, 이해는 축적되지 않는다.

사후 분석의 방식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제도는 사건이 일정 부분 정리된 이후에야 분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책임 규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차가 발생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험이 다른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후적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동 사망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추가 대책인지, 아니면 사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인지에 대한 문제다. 현행 제도는 일부 사망에 대한 기록과 분석을 시작한 단계다. 다만 그 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전체 아동 사망을 포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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