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합의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첫 협상을 앞두고 신경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고리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미국은 당장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실타래가 엉켜있다는 방증이다.
◇ 협상 앞두고 ‘신경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을 겨냥 “어떤 이유로든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누구도 본 적 없는 더 크고 더 강력하고 더 격렬한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진짜 합의’가 이행될 때까지 미국의 전략 자산을 현재 위치에서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또다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간) 2주간의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이 이란을 겨냥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며 최후통첩으로 날린 시한을 약 한 시간 반가량 앞두고서다. 우여곡절 끝에 휴전에 돌입하긴 했지만, 사태는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규모 공세를 퍼부으면서 ‘휴전’은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번 전쟁을 마주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은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중동 내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실존의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은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힘을 빼는 것을 전쟁의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휴전을 반대할 수는 없지만, 마냥 손을 놓을 수만도 없다는 것은 딜레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것으로 휴전 협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은 즉각 이러한 공격이 휴전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각)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아직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며 향후에도 공격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국면에서 이스라엘이 주요 변수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국면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재봉쇄를 꺼내 들고 있다. 백악관은 “그들(이란)이 공개적으로 하는 말과 사적으로 미국에 전하는 말은 다르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동 정세의 여전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은 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상호 불가침 보장 △호르무즈 해협 통제 유지 △핵 우라늄 농축 인정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을 담은 이란의 ‘10개 요구안’을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고 발언했다. 이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핵 문제가 협상의 난도를 높일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종전 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 결과물이 나올 지는 미지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전날(8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어느 종전안을 도출해 내느냐. 이게 2주 안에 제기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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