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쓰레기에서 줍는 ‘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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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내부의 전해액과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핵심 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배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내부의 전해액과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핵심 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배터리’는 에너지로 인한 인간의 활동 제약을 없앴다. 사무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컴퓨터는 노트북이 돼 가방에 들어갔다. 또한 손 안의 휴대폰은 유선전화기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배터리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로봇 등 기술 분야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현대 문명의 기틀이 됐다.

하지만 배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내부의 전해액과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또한 화재의 위험도 안고 있어 사용 후 안전한 배터리 처리기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버려진 폐배터리를 자원화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환경 보호와 자원 확보 두 마리를 잡을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 폐배터리, 사실은 ‘도심 속 금광’

실제로 폐배터리의 재활용은 에너지 산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4억1,000만달러(약 5조1,289억원)규모다. 2033년엔 이보다 13배 가까이 증가한 434억7,000만달러(약 65조3,83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 소비자 전자제품의 급속한 확장으로 수명히 다한 배터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배터리 폐기물에 관한 엄격한 환경 규제, 지속가능한 경제 등의 세계 각국의 의무화 대응 방안으로 배터리 재활용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원 회수’다. 말 그대로 폐기된 배터리에 들어있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고가 금속을 회수하는 것이다. 회수 과정은 배터리를 방전·해체 시켜 ‘블랙매스’라는 가루 형태로 만든다. 그 다음, 화학용액이나 고온 처리 공정을 통해 금속을 분리·정제하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버려진 리튬배터리 자원 회수에서 나오는 고가 금속량은 상당하다.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산하 연구기관 ‘CAS(Chemical Abstracts Service)’에 따르면 연간 폐배터리 재활용 가능한 배터리는 약 50만톤으로 추정된다. 

폐배터리 자원 회수 가능량 추정치.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폐배터리 자원 회수 가능량 추정치.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회수 가능 금속은 종류별로 △알루미늄(1만5,000톤) △인(3만5,000톤) △구리(4만5,000톤) △코발트(6만톤) △리튬(7만5,000톤) △철(9만톤)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금속 가격만 해도 약 17억달러(약 2조5,568억)이라는 게 CAS 측 추산이다.

그렇다면 환경 보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스탠포드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리튬배터리 정제, 원료 추출, 운송, 재활용 등 전 산업 단계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물 소비, 에너지 소비 관련 환경 영향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다음 기존 공급망과 순환 공급망에서의 환경적 요인을 점검했다.

그 결과, 폐리튬배터리를 재활용 소재로 전환할 시 환경 영향은 최소 58%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폐기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도 최대 배출량이 5배 이상 줄었다. 반면 배터리 재활용 정제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 지수는 4% 미만으로 미미했다.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특히 혼합 금속 기반의 배터리는 재활용 과정에서 금속 분리 공정이 생략돼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 등 환경 부담이 줄었다”며 “재활용에 유리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설계하면 원료 생산 단계에서의 환경 영향을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 아시아 시장 42% 수준… 산·학·연 기술개발·사업 활발

배터리 재활용은 경제적 이점과 환경적 두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국내외 산업계에서도 관련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시장이 가장 크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의 41.7%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었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아시아 지역 정부는 환경 위험과 수입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엄격한 배터리 수거, 추적, 재활용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중국의 포괄적 생산자 책임 체계와 인도의 배터리 폐기물 관리 규칙은 구조화되고 확장 가능한 재활용 생태계를 조성성, 안정적 원료 공급과 장기적 시장 안정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배터리 재활용 기술 분야 핵심 국가 중 하나다. 글로벌컨설팅그룹 ‘IMARC Group’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억1,920만 달러(약 4,798억원)으로 추정된다. 2033년에는 7억2,570만달러(약 1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연구와 기술 이전 성과가 눈에 띈다. 7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잔재물이나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다중음이온계 리튬이차전지 양극재의 재활용 방법 및 장치’다. 폐배터리의 양극 소재를 염소가스와 저온에서 반응시켜 리튬만 추출하는 것이다. 원자력연에 따르면 양극 소재 내 리튬의 95% 추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추출한 리튬의 순도는 97% 이상으로 매우 우수하다. 원자력연은 해당 기술을 1억5,000만원의 정액기술료, 매출액 2% 경상기술료 조건으로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했다.

아울러 주요 IT·가전기업들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LG전자’의 사례가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2회의 배터리 수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자사의 청소기 배터리 등 폐부품을 수거한 다음,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기준 총 108톤의 폐배터리를 수거했다. 여기서 추출한 희유금속은 약 9.6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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