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이 인기를 모은 지는 이미 오래다. "오늘 점심은 베트남 쌀국수 어때?"라는 표현은 우리 일상에서도, TV 속에서도 일상화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즐기는 이 베트남 음식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고려대 윤성학 교수가 펴낸 ‘식탁 위의 베트남: 음식으로 읽는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는 베트남 음식의 기원을 따라가며 그 속에 스며 있는 자연과, 전쟁, 문화 교류의 역사를 쉽게 풀어낸다.
베트남은 열대와 아열대 기후, 산악과 밀림 지형, 거대한 해양과 메콩 델타를 품은 식재료의 보고이다. 하지만 이 땅의 음식 문화는 평온한 자연 속에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외세의 압력과 식민지 경험, 전쟁과 기아의 시간 속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재료와 조리법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낯선 재료는 베트남식으로 길들여졌고, 부족한 조건 속에서도 창의적인 음식문화가 탄생했다.
베트남 음식의 특징은 외래 문화를 흡수하고 재해석하는 능력이다.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서구 문명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수 세기 동안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외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의 면 요리는 쌀국수가 되었고, 프랑스의 바게트는 반미로 재탄생했으며, 프랑스 커피는 연유 커피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책은 베트남 음식 문화를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베트남 미식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베트남의 맛에서 시작해, 음식 문화의 중심이 되는 쌀, 베트남 요리의 영혼이라 불리는 느억맘, 그리고 전쟁과 음식의 관계를 통해 베트남 음식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탐구한다. 이어서 중국과 프랑스가 남긴 음식 문화의 유산을 살펴보고, 오늘날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인 쌀국수와 다양한 면 요리, 쌀로 만든 음식, 반미, 채식 요리와 해산물 요리를 통해 베트남 식탁의 다채로운 풍경을 소개한다. 또한 명절과 제례 음식, 향채와 열대 과일, 베트남 커피 문화 등 일상과 의례 속 음식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특히 인상적인 내용은 쌀국수이다. 20세기 초 하노이 거리에서 시작된 쌀국수는 식민지 시대의 흔적과 전쟁의 시간을 거쳐 오늘날 세계인의 음식이 되었다. 한 그릇의 국수에는 시장경제의 형성, 식민지의 기억, 전쟁과 분단, 그리고 디아스포라를 통한 세계화의 과정까지 베트남 근현대사의 굴곡이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은 한국 독자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왜 한국인들은 베트남 음식을 좋아할까? 그 이유는 두 나라 음식 문화가 공유하는 ‘감칠맛’에 있다. 한국의 된장, 간장, 젓갈처럼 베트남에는 느억맘과 발효 양념이 음식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고기와 채소의 조화, 은은한 단맛, 라임과 허브가 더하는 상큼함이 더해지며 균형 잡힌 풍미가 완성된다. 그래서 베트남 음식은 처음 접해도 낯설지 않고 자연스럽게 익숙한 맛으로 다가온다.
지은이 윤성학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 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원(IMEMO),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카자흐스탄 국립대학 등지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고려대에서 연구 및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24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베트남 경제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수행했다. 주요 저서로는 ‘러시아 비즈니스’, ‘현대 중앙아시아의 이해’, ‘모피로드’, ‘지리와 전쟁’ 등이 있으며, 소설로는 ‘돈의 생태계’, ‘중국재벌’, ‘타이완 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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