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중동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고환율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분기 여객 수요 회복으로 모처럼 실적 반등을 기대했던 업계가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직격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에 본격적인 중동 리스크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LCC들은 긴축 재정에 나서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등 주요 LCC들은 이번 주 중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확정 발표한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전월(7700원) 대비 4.4배 인상한 3만4100원으로 공지했다. 이는 2016년 유류할증료 거리비례제가 도입된 이후 사상 최고가다. 이는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 유가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이 급등하면서 할증료 단계가 전월 5단계에서 18단계로 13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여파다.
LCC들 역시 대한항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먼저 발표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변동성이 큰 만큼 신중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선는 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6일 이후 발표될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역시 최고 단계인 33단계 적용이 유력하다. 이 경우 장거리인 미주 노선의 왕복 유류할증료만 100만 원을 넘어설 수 있어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CC 업계가 특히 울상인 이유는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와 달리 리스크 방어 기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FSC는 유가 변동에 대비해 전체 소모량의 일정 부분을 파생상품으로 헷지(Hedge)하고 있으며, 유가 상승 시 항공 화물 운임이 동반 상승해 손실을 메우는 ‘내추럴 헷지’ 효과를 누린다. 반면 매출의 95% 이상이 여객에 편중된 LCC는 유가 상승분을 비용으로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달러로 결제되는 항공유 특성상 고환율 기조는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환 리스크 방어 수단이 부족한 LCC 입장에서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은 영업이익률을 갉아먹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LCC 업계는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제주항공은 매출 1조5799억원에도 불구하고 1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연간 적자로 전환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역시 각각 163억원,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도 영업손실 26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여객 노선 증가로 실적 기대감이 올라왔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여객수는 2238만836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분기 매출 5200억원대, 영업익 51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대 상승을 기록할 전망이 나왔다. 진에어 역시 단거리 노선 중심의 여객 호황에 1분기 매출이 약 1%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항공유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다. 제주항공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기준 유가가 5% 오를 경우 연간 영업비용이 약 236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해 전쟁 직전 갤런당 2.12달러였던 MOPS가 현재 5달러 이상으로, 약 136% 오른 것을 기준으로 추산한다면 연간 약 6419억원 이상의 손실이 날 수 있다.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자 LCC들은 비운항과 감편이라는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놨다.
제주항공은 이달부터 하노이·방콕·싱가포르 등 주요 노선을 주 단위로 축소 운항하며, 진에어도 괌·세부 등 8개 노선에서 45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미주와 동남아 노선에서 총 50편의 운항을 중단한다. 이외에도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등 업계 전반이 비수익 노선 정리에 나섰다.
동시에 과열된 인천공항을 벗어나 지방 공항 중심의 신규 취항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진에어(부산~미야코지마·타이중), 에어부산(부산~시즈오카), 에어로케이(청주~석가장) 등은 신규 수요 발굴을 통해 실적 악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동남아 등 여객 수요 감소 지역 위주로 감편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더 뛸 경우 일본 등 인기 노선까지 영향권에 들 수 있다”며 “LCC들의 체질 개선 노력이 고유가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가 올 한 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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