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이 깨운 본능'... 분노를 승리로 바꾼 현대캐피탈의 '무력시위'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현대캐피탈 레오가 서브 아웃으로 판정되자 본부석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챔피언결정전 2차전, 5세트 14-13의 숨 막히는 순간, 현대캐피탈 레오의 서브가 아웃으로 선언되었고 정적 속에서 레오는 허망한 듯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내 그가 본부석을 향해 치켜세운 양손의 엄지손가락은 인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판정에 대한 소리 없는 항변이자, 억눌린 감정의 표출이었다.

그 엄지손가락이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일까. 억울함은 독기가 되었고, 그 독기는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가공할 만한 파괴력으로 폭발했다.

현대캐피탈 레오가 서브 에이스를 자신하며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명(KOVO)현대캐피탈 레오가 포효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는 1세트가 시작되자마자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씻어내겠다는 동기부여는 코트 위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나타났다. 1세트 팀 공격 성공률 80%. 배구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 경이로운 수치는 현대캐피탈이 이날 얼마나 절치부심했는지를 증명하는 숫자였다.

대한항공의 경기력이 결코 나빴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질래야 질 수 없는 기세로 달려드는 현대캐피탈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계속된 풀세트 경기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지만 그들의 점프는 가벼웠고, 공 하나하나에 실린 무게감은 평소의 그것 이상이었다. 선수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코트 위 모든 공에 몸을 던졌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3-0(25-16, 25-23, 26-24). 완벽한 셧아웃 승리였다. 스코어보드에 새겨진 숫자보다 빛났던 건,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를 다독이며 기어코 점수를 뽑아내던 선수들의 마음가짐이었다. 특히 허수봉이 3세트 22-22 동점 상황에서 대한항공 임동혁의 공격이 노터치 아웃으로 선언되자, 곧바로 자기 손에 맞았다고 인정한 장면은 정정당당하고 싶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현대캐피탈 레오가 정태준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2차전 레오가 보여준 분노의 엄지손가락은 동료들에게 우리가 실력으로 증명하자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고, 현대캐피탈은 가장 배구다운 방식으로 그 답을 내놓았다. 억울함을 핑계 삼지 않고 실력으로 코트를 지배한 현대캐피탈. 그들이 보여준 분노의 스파이크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이제 양 팀은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치른다.

[레오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서브 아웃이 선언되자 본부석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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