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대교체 ①] 이해진·김범수는 전략, 40대 CEO는 전면…플랫폼 권력 재편

마이데일리

[편집자 주] 국내 IT(정보 기술)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창업자가 직접 회사를 이끌던 시대에서,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실행을 책임지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경쟁 격화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IT 세대교체’ 시리즈를 통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넥슨·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를 중심으로 권력 구조 변화의 실체를 짚어본다. 창업자는 왜 뒤로 물러났고,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전면에 섰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플랫폼 권력의 중심이 바뀌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이해진·김범수 창업자는 전략과 투자에 집중하고, 40대 최고경영자가 전면에서 성과를 책임지는 구조로 재편됐다.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변화는 더 빨라졌다. 기술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실행해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 되면서 경영의 축이 창업자의 직관에서 CEO의 실행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최수연, ‘수습형 CEO’에서 ‘성장형 리더’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위기 속에서 등장했다. 2022년 취임 당시 네이버는 조직문화 논란과 함께 내부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서울대 공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하버드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 출신인 그는 NHN과 법무법인 율촌, 네이버 글로벌사업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플랫폼 실무와 법률, 글로벌 사업을 모두 이해하는 드문 이력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최 대표 취임 초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주문한 내용은 ‘수습’이었다. 조직문화 개선과 내부 거버넌스 정비가 먼저였다. 이후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AI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성과는 숫자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AI 기반 광고·커머스 고도화를 바탕으로 2025년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매출 12조원·영업이익 2조원’을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매출 약 3조1800억원, 영업이익 약 56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은 유지되지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대표의 색깔은 분명하다. AI를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검색 요약, 개인화 추천, 광고 자동화 등은 모두 기존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행동까지 수행하는 구조로 플랫폼을 전환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네이버의 강점인 내부 생태계 중심 구조가 글로벌 확장에서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수익화를 넘어 외부 플랫폼과 연결되는 확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평가다. 두나무 지분 관계 정리 이후에도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역대급 증시 상승 국면에서도 반등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2022년 초 취임 당시 약 30만원 수준이던 네이버 주가는 최근 19만6800원까지 내려오며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80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 정신아, ‘확장된 카카오’를 다시 정리하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정반대의 상황에서 등장했다. 2024년 취임 당시 카카오는 계열사 난립, 의사결정 혼선, 창업자 리스크까지 겹친 상태였다. 필요한 것은 성장 전략이 아니라 ‘정리와 재건’이었다.

정 대표는 연세대, 미국 미시간대 MBA 출신으로 BCG, 이베이, NHN을 거쳐 벤처투자 업계에서 활동했다. 카카오벤처스 대표 시절에는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생태계 구축을 주도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복잡해진 조직을 정리하고 실행력을 회복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행보는 빠르고 명확했다. 계열사 구조를 정리하고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140개를 넘던 계열사는 100개 이하로 줄었다.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카카오는 비용 효율화와 광고 회복에 힘입어 2025년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수익성 개선과 실적 반등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다.

AI 전략 역시 현실적이다. 네이버처럼 자체 기술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위에 AI를 얹는 방식을 택했다. 오픈AI와 협업, 자체 모델 ‘카나나’를 결합해 서비스 중심 AI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 이후 성장 전략이다. 단기 실적 흐름이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 부담이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올해 1분기 매출을 약 2조400억원, 영업이익을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개선 흐름은 이어지지만, 뚜렷한 성장 가속 신호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게임·콘텐츠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 모멘텀이 제약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자 리스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재판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 같은 AI, 다른 해법…권력은 ‘실행’으로 이동

네이버와 카카오는 같은 AI 전환기를 맞았지만 해법은 달랐다. 네이버는 AI를 앞세워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길을 택했고, 카카오는 구조 재편과 비용 효율화로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차이는 전략이지만 공통점은 실행이다. 과거 플랫폼 기업은 창업자의 직관과 결단이 사업 방향을 좌우했다. 하지만 이제는 AI를 얼마나 빨리 서비스에 적용하고, 이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창업자가 방향을 제시하고, CEO가 실행과 성과를 책임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플랫폼 경쟁은 기술 자체보다 실행과 사업화 속도가 더 중요해졌다”며 “결국 누가 더 빨리 서비스에 녹여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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