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오리온이 러시아 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확장 전략을 이어가며 성과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철수한 환경에서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2003년 설립 이후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 2조55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뒤 4년 만에 2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도별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0년 890억원에서 2022년 2098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3394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9억원에서 465억원으로 증가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실현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이 최근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현지 생산·유통 기반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장의 핵심에는 ‘철수 대신 확장’ 전략이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장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코카콜라, 다농을 비롯해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가 잇따라 철수했고, 대규모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
이후 러시아는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빠르게 진행됐다.
오리온은 이 시기 생산을 축소하기보다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2022년 가동을 시작한 트베리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였고, 러시아 내 생산·소비 구조를 견고히 구축하면서 외부 변수 영향을 최소화했다. 원재료는 현지 조달과 한국·중국 법인 협업을 병행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오리온 측은 “현지 생산 중심 구조를 구축해 외부 리스크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며 “원재료 조달망을 다변화한 것도 안정적인 공급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 공백을 흡수하며 점유율을 키웠고, 전쟁 이후 수요 증가까지 겹치며 매출이 급증했다.

제품 전략 역시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식문화, 마시멜로 선호도를 반영해 초코파이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고, 이후 비스킷과 젤리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한 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 ‘다차’에서 농사지은 베리를 잼으로 만들어 먹는 현지 문화를 반영해 2019년부터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을 활용한 잼 콘셉트 제품을 선보였고, 2020년부터 이를 적용한 초코파이 제품군을 확대하며 호응을 끌어냈다.
그 결과 현재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2종의 초코파이가 판매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전 세계 초코파이 판매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16억개가 러시아에서 소비됐다.
현재 러시아 법인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이 120%를 상회하면서 추가 투자도 확정됐다. 오리온은 약 2400억원을 투입해 트베리 공장 내 신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2022년 신공장 가동 이후 3년 만의 추가 투자다.
투자가 완료되는 2027년에는 연간 생산 규모가 현재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7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를 중국, 베트남과 함께 오리온의 핵심 글로벌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오리온은 생산·유통·제품 현지화를 결합한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는 단기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현지 생산 능력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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