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봄] 윤석열 탄핵 1년… 다시 찾은 민주주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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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일 오전 9시 헌법재판소 모습. / 사진=김두완 기자
2026년 4월 3일 오전 9시 헌법재판소 모습.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헌법의 마지막 보루, 헌법재판소에도 봄이 찾아왔다. 1년 전 이곳은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4월 4일,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헌재 앞은 경찰 차벽으로 둘러싸였고, 거리는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시민들로 메워졌다.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서 있었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바라보며 다른 목소리로 날카롭게 대립했다. 봄꽃이 피어야 할 자리에는 분열의 공기만 가득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헌정질서를 뒤흔든 사안 앞에서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무거웠다. 법의 이름으로 내려질 결정이었지만, 거리의 감정은 그보다 훨씬 뜨겁게 끓어올랐다. 일부의 고성과 충돌은 긴장을 더했고, 서로를 향한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날의 선택은 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고,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지켜냈다.

지난해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선고 당시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 모습.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간의 대립 현장. / 사진=김두완 기자 
지난해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선고 당시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 모습.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간의 대립 현장. / 사진=김두완 기자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박대출·윤상현 의원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였고, 전진숙 의원은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과 삭발까지 감행하며 맞섰다.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렬한 대립은 거리의 분열과 긴장을 더욱 증폭시키던 순간이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박대출·윤상현 의원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였고, 전진숙 의원은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과 삭발까지 감행하며 맞섰다.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렬한 대립은 거리의 분열과 긴장을 더욱 증폭시키던 순간이었다. / 사진=김두완 기자

당시 헌재는 광장의 언어가 아닌 헌법의 언어로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는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며, 그 위반의 중대성은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그런 계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국회 권한을 제약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는 헌정질서를 흔든 중대한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장순욱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오염된 헌법의 말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단지 법정 안에 머물지 않았다. 헌재의 판결문과 함께 흔들리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선언처럼 남았다. 헌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권력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확인된 순간이었다.

2026년 4월 3일 오전 9시 펄럭이는 헌법재판소 깃발 모습. / 사진=김두완 기자
2026년 4월 3일 오전 9시 펄럭이는 헌법재판소 깃발 모습. / 사진=김두완 기자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같은 자리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놓여 있다. 차벽은 사라지고, 고성과 구호 대신 일상의 소리가 흐른다. 나무에는 새잎이 돋고, 햇살은 조용히 건물을 비춘다. 한때 격렬한 대립이 이어졌던 공간이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이 사회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헌재의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흔들렸던 시간을 지나 다시 자리를 찾은 결과물이며,.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지켜낸 기록이다. 꽃은 매년 피고 지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가 지켜낸 원칙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용히 찾아온 이 봄은 말한다.

헌법은 살아 있고 민주주의는 봄도 찾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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