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움’ 잃지 않을 것”…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광, 끝 아닌 시작

시사위크
글로벌 성과를 거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제 다음을 준비한다. / 넷플릭스
글로벌 성과를 거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제 다음을 준비한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아카데미 수상 이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꺼낸 이야기는 ‘한국다움’이었다. 글로벌 흥행의 배경에는 장르의 독창성뿐 아니라, 작품 전반에 깃든 한국적 정서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성과를 넘어 다음을 향한다. 

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총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골든(Golden)’의 작곡가이자 가수 EJAE(이재), OST 공동 작곡가이자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 IDO(이유한·곽중규·남희동)이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아카데미 시상식 비하인드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미라·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중독성 강한 OST와 한국 고유의 문화가 녹아 있는 디테일, 그리고 ‘케이팝 퇴마 액션’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로 전 세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6월 첫 공개 이후 누적 시청수 3억을 돌파하며 넷플릭스 영화·시리즈 통틀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제53회 애니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감독상부터 제31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제68회 그래미 어워드 OST상까지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수상 레이스를 이어왔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진행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고, 해당 시상식에서 국악과 접목한 축하 공연과 주제곡을 부른 이재와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무대에 올라 ‘골든’을 열창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현장은 시작 전부터 상영관 앞이 북적였다. 영화의 주역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렸고, 행사장 안 역시 취재진과 카메라로 빽빽하게 들어차며 높은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아카데미 수상 후 마련된 자리인 만큼 취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취재진 앞에 선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를 이어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역들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왼쪽부터) IDO(남희동·이유한·곽중규)·크리스 애플한스 감독·매기 강 감독·이재.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역들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왼쪽부터) IDO(남희동·이유한·곽중규)·크리스 애플한스 감독·매기 강 감독·이재. / 넷플릭스

-최근 2편 제작이 공식화됐다. 어느 정도 구체화됐나. 2편의 방향성은. 

매기 강 감독 “큰 아이디어는 잡고 있는데 아직 자세히는 모르겠다. 1편처럼 나와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 거다. 1편보다 더 크고 다채로운 영화를 만들 거다.”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우리 영화와 팬들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이 영화를 발견하고 전 세계로 확장시켜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팬들은 시작부터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영화를 작업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된다. 1편에서 한 것을 가져가고 싶다. 반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를 사랑해 준 팬들을 놀라게 하고, 예상을 뒤엎고, 기존의 규칙을 깨면서 한계를 확장하고 싶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요소가 우리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이야기·신화적인 설정 등 모든 것에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며 또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

-전폭적인 지지 속에 2편을 제작하게 될 텐데 추구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고,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큰 열의를 갖고 있다. 영화감독으로서 주어진 예산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책임감을 늘 갖고 작업한다. 글을 쓰거나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계할 때도 항상 같은 고민을 한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장 좋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규모가 커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속에 담긴 ‘영혼’이 잘 구축돼야 그 위에 볼거리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것, 한국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한국인)아내와 그의 가족과 함께 살아온 지 20년이 됐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 그것은 공부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그 일부가 돼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고통을 감내하는 태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많은 놀라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한국적인 표현 방식과 함께해온 만큼, 아내를 통해 삶의 방식으로서의 ‘한국다움’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감각은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에게서도 온다고 본다. 루미라는 캐릭터 역시 큰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을 통해 강인함을 얻게 되는데, 그 지점에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한국인들은 많은 것을 겪어내며 강인해졌고, 그 안에서 비롯된 자부심과 힘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런 면이 루미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에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게 느낀다.”

-이번 수상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는다면. 

매기 강 감독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어렸을 때 접했던 애니메이션들이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문화에 기반한 작품들이었고, 한국 문화를 담은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나뿐만 아니라 한국 관객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많이 소비하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만의 프로젝트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 ‘교포’에 대한 오해 속에서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교포는 온전히 한국인이 아니라는 시선을 마주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이재와 나처럼 두 문화에 모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런 역할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한국 문화의 일부이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이재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자부심은 성장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절반 정도의 시간을 보내며 자랐다. 어릴 때 뉴욕에서 가수를 꿈꿨지만, 그곳에서는 나와 같은 아시아인의 모습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케이팝을 접하게 됐다. god와 H.O.T.를 좋아하며 케이팝을 동경했다. 미국에서 자라며 놀림을 받았던 경험도 있었지만, 한국에 와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케이팝 음악 작업을 이어가면서 이런 음악이 전 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는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스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배우와 감독 등 많은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함께해 주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한국어 가사가 그대로 전달되는 순간이었고, 눈물이 날 정도로 자랑스러웠다. 이번 수상은 그런 시간들을 모두 담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시 수상 소감을 전하지 못해 팬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못다 한 말을 전한다면. 

이유한 “모두의 가족과 더블랙레이블 식구들, 테디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에게 모두 수고했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짧은 이야기였는데 못해서 아쉬움은 남지만 너무 영광스러운 순간인 만큼 즐거웠다.”

남희동 “구경하는 입장이라 즐거웠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포함해서 단상 위에 올라가 많은 배우들을 구경하는 순간 자체가 재밌고 영광이었다.”

-축하 공연도 굉장히 화제가 됐다. 함께한 소감은. 

이재 “나도 리허설 때 많이 울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국악과 판소리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감동적이었다. 판소리가 끝날 때까지 무대 뒤에 숨어있다가 올라와야 했는데 창 소리를 듣고 자신감이 생기더라. 너무 좋았다. 공연을 할 때는 너무 떨려서 객석을 일부러 안봤는데 끝나고 나서 영상을 보니 너무 신기하더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응원봉을 들다니. 모든 배우가 응원봉을 들고 응원해주는 걸 보면서 역시 ‘K’의 힘이구나 느꼈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팬들에게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고 영화에 함께해준 모든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약 600~700명이 참여한다.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한국인이 아닌 스태프들도 이번 작업을 통해 케이팝과 한국 문화에 깊이 매료됐다.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열정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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