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뭘 보여줄 건데? 어떻게 보여줄 건데?”
지난달 31일 인천SSG랜더스필드.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과의 공식인터뷰가 끝날 무렵, 주전 유격수 어준서(20)가 훈련을 마치고 설종진 감독 앞으로 지나갔다. 설종진 감독은 어준서를 바라보더니 자연스럽게 “어준서가 잘 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설종진 감독이 어준서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어준서가 “오늘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설종진 감독은 웃더니 “뭘 보여줄 건데? 어떻게 보여줄 건데?”라고 했다. 어준서도 미소를 짓더니 “공격과 수비 전부요”라고 했다.
그러자 설종진 감독은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어준서에게 약속했다. 어준서가 맹활약을 펼치면 어준서가 좋아하는 이온음료 ‘X워에이드’ 1박스를 원정 숙소에 넣어주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어준서는 경기 후 그 이온음료를 1병씩 먹는 게 루틴이라고.
설종진 감독은 이미 경험이 있다. 2군 사령탑 시절이던 지난해 초반이었다. 어준서는 4월말~5월초부터 주전 유격수가 됐지만, 시즌 극초반엔 전태현, 여동욱 등 동기생들에게 밀려 2군에서 뛰었다. 설종진 감독은 2군 원정경기를 마치고 우연히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어준서를 만났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설종진 감독은 “준서를 편의점에서 만났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사라고(본인이 사줄테니) 했는데 이것 하나면 된다고 하더라고. 자기는 경기 후 X워에이드를 먹는 게 루틴이라면서.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그것 하나만 딱 사더라”고 했다.
어준서는 지금까지도 그 루틴을 이어간다. 이러니 설종진 감독으로선 어준서가 잘하면 X워에이드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일단 31일 경기로는 어준서에게 X워에이드를 선물로 주기 어려워 보인다.
어준서는 이날 7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2삼진을 기록했다. 2회초 2사 3루서 맞이한 첫 타석서 SSG 선발투수 앤서니 베니지아노에게 볼카운트 1B2S서 4구 바깥쪽 스위퍼를 잡아당겨 우중간에 떨궜다. 빗맞은 타구이긴 했지만 코스가 좋았다. 어준서의 타격 자질이 다시 한번 드러난 장면이었다.
키움은 어준서를 주전 유격수로 박아놓고 키우기로 마음을 먹은 듯하다. 지난해 116경기서 타율 0.238 6홈런 27타점 OPS 0.632를 기록했다. 올해는 3경기서 13타수 2안타 타율 0.154 1타점 1득점 OPS 0.368이다.
갈 길이 멀다. 이제 애버리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분명한 건 타격 자질이 있고, 수비의 감각이나 안정감도 동년배 내야수들보다 좋다는 평가다. 가장 중요한 게 실전 경험과 그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업그레이드다. 하루 이틀 걸리는 일은 아니지만, 긴 호흡으로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실책 하나를 범했지만, 그걸 이유로 또 다른 선수를 내세우고 그 선수 대신 또 다른선수를 내세우면, 영원히 키움 내야의 안정화는 없다.
키움 유격수는 2020시즌을 끝으로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떠난 뒤 확실한 주인이 없었다. 외국인타자, 방출생 출신 베테랑타자, 수비형 멀티요원에 김혜성(LA 다저스)까지 안 써본 카드가 없었다. 올해 어준서가 풀타임을 소화하면 키움에서 김하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유격수를 지키는 선수가 된다.
설종진 감독은 나름대로 틀을 잡고 시즌을 시작했다. 유격수 어준서, 3루수 최주환, 2루수 최재영, 1루수 트렌턴 브룩스다. 좌투수가 나오자 3루에 최주환 대신 오선진이 먼저 들어갔고, 개막하자 설종진 감독의 예고와 달리 신인 박한결 대신 최재영이 주전 2루수로 뛰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 최주환의 3루 비중이 높을 것이고, 박한결이 언제든 주전 2루수로 나설 수 있다.

그동안 키움 내야는 너무 변경이 잦았다. 내야수들간의 호흡이 끈끈해질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내야의 중심을 잡는 유격수가 계속 바뀌었으니 키움 내야진은 안정감과 거리가 멀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그 중심에 어준서가 있다. 어준서가 설종진 감독에게 X워에이드 한 박스를 받는 날, 아니 그날이 훗날 추억으로 회자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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