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가람, ‘끝장수사’로 마주한 변화 

시사위크
배우 정가람이 ‘끝장수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정가람이 ‘끝장수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정가람이 영화 ‘끝장수사’로 관객 앞에 선다. 신입 형사 중호를 맡은 그는 거침없는 에너지와 풋풋한 면모를 오가며 캐릭터의 성장을 그려낸다. 7년 만에 결과물을 꺼내 보이게 된 그는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연기였고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오는 2일 개봉하는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형사 재혁(배성우 분)이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힌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 분)와 서울로 끝장수사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수사극이다. 2019년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여러 부침 끝에 7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스크린 데뷔작 ‘4등’(2016)으로 대종상 신인남자배우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정가람은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장했다. 이후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변화를 이어온 그는 ‘끝장수사’로 범죄 수사극에 도전했다. 

극 중 정가람이 맡은 중호는 신입 형사이자 인플루언서, 재벌 3세라는 설정을 지닌 인물이다. 눈치 보지 않는 태도와 거침없는 행동이 특징이지만 재혁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점차 변화하고 성장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정가람은 자신과 다른 중호를 연기하며 스스로에게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7년 전 찍은 작품이었다. 결과물을 본 소감은.

“각 캐릭터들이 각자의 정의감을 가지고 각자의 스타일과 성격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누구를 만나든 ‘케미스트리’가 있어서 그런 재미도 쏙쏙 들어왔다. 사건 자체도 되게 예상할 수 없었고, 살짝 꼬아 놓은 부분도 있어서 더 재밌었다. 캐릭터들도 다 살아 있어서 영화가 더 알차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저 때는 저렇게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 아쉬움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왔다. 어릴 때는 뭘 해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에너지가 많았다면, 지금은 열심히 해도 그다음은 알 수 없는 일이고 무조건 잘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서 내려놓으면서 최선을 다하자는 쪽이다. 그때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롭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 하지만 지금 지나고 나서 보니 저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표현이었고, 그때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는 없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앞으로 더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개봉을 기다리던 심정은. 

“당시 군대에 있어서 홍보도 못 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같이 참여할 수 있고 작품이 나올 수 있어서 더 감사한 마음이다. 그 사이 나도 열심히 살면서 시간이 흘렀는데 그냥 고맙고 감사하다. 그때 당시에는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지냈던 것 같다. 결국 이렇게 잘 나왔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관객들을 찾아뵐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재밌게 잘 해보자는 생각이다.”

신입 형사 중호로 분한 정가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신입 형사 중호로 분한 정가람.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작품을 택했나.

“중호가 가진 거침없는 패기 같은 부분들이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사건의 진행 과정도 흥미진진해서 재밌겠다,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실제 나는 성격이 패기 있고 이런 느낌은 아니다. 남 눈치 안 보고 뭐라고 할 수 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도 혼자 웃으면서 할 말 다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그래서 더 표현해 보고 싶었다.”

-인플루언서 형사라는 설정이 촬영 당시만 해도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 

“이제는 길을 가도 개인 휴대폰으로 많이 찍고, 관광객들도 많이 찍고 각자 유튜브 채널도 많잖나. 개인적인 걸 더 활발하게 많이 올린다. 그래서 중호의 그런 모습들이 지금에 와서 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래서 좋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표현에 있어서는 너무 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뭐든 남기고 싶어 하는 인물이어서 나 역시 그 순간을 즐겼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중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신입 형사에다가 인플루언서, 재벌 3세라는 타이틀이 있는데, 그 안에서 남 눈치 안 보고 말할 수 있고 그런 점이 너무 밉게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그런 부분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톤 조절을 했다. 너무 눈치 없이 말하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장면이라도 그것도 중호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패기 있고 눈치 없이 말하는 건 맞지만 맡은 일에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고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진심으로 임하는 게 보이잖나, 몸을 던지면서. 그런 점들이 중호를 밉지 않게 했던 것 같다.”

-비주얼도 중요한 캐릭터였다. 어떻게 준비했나.

“살을 많이 뺐다. 카포에라 연습도 해서 살이 많이 빠졌는데 20대 인생 최저 몸무게였던 것 같다. 지금 보니 약간 아기 같은 모습도 있는데, 그때 당시에는 의상팀에서 좋은 옷을 준비해 줘서 촬영할 때 항상 조심했다. 나보다 옷이 더 귀했다. 재벌이라고 해서 기품이 넘치는 캐릭터라기보다 요즘 스타일로 ‘나 부족한 거 없으니까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대신 할 땐 제대로 할게’ 이런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정가람(왼쪽)이 배성우와의 호흡을 언급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가람(왼쪽)이 배성우와의 호흡을 언급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연기도 단단하고 재미있고 실제로도 유머러스하셔서 좋았다.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 21살 차이인데, 현장에서 그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았다. 어려워야 하잖나. 그런데 어렵지도 않고, 그냥 그 캐릭터가 된 것처럼 나도 살짝 까불 수 있었다. 나도 괜히 반갑고 웃음이 나고 장난치고 싶고 그랬다. 후배로서 편하게 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베테랑 형사 재혁처럼 배우 배성우의 관록에 놀란 순간도 있나.

“애드리브도 엄청 많이 하셨는데 그냥 막 하는 게 아니고 디테일을 다 맞추고 하시더라. 섬세하게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생각하니까 저렇게 디테일하게 표현이 나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당시에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면서 현장에서 대화를 엄청 많이 나눴다. 선배와 계속 함께하다 보니 촬영을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여유로움을 따라가게 됐다. 진짜 파트너였고 그러면서 앙상블이 터졌던 것 같다.”

-중호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낀 지점도 있었나.

“나는 말을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하는, 약간 ‘걱정봇’ 같은 느낌인데 중호처럼 살아봐도 남들은 내 말을 크게 신경 안 쓰는 경우도 있구나, 왜 그걸 예민하게 받아들였을까 생각하게 됐다. 여기저기 다 잘하고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잖나. 어릴 때는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굳이 나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내가 애쓸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들면서 바뀐 것 같다. 이 직업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그런 부분을 느낀다.”

정가람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가람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로서 지금 하고 있는 고민도 궁금한데.

“어떻게 해야 더 표현이 좋아질지 항상 고민한다. 연기를 하고 있을 때도 그렇고 특히 쉬고 있을 때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연기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같이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가는 것 같다. 배우뿐만 아니라 나이가 30대 초반으로 가고 있는데 인간으로서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행복한 게 뭘까 하는 고민도 있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계속 나 자신과 타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해보려고 한다. 굳이 다 잘할 필요도 없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니까 흐르는 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가다 보면 배우로서도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부모님께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걸 놓치고 있는 게 있다면 다시 챙기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는 것 같은 것들이 요즘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배우로서 영향을 준 선배나 재혁 같은 존재가 있었나.

“작품마다 선배들에게 배우는 점이 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하면서 전도연 선배의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보고 되게 큰 충격을 받았다. 워낙 대배우라 현장에서도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분장 받을 때부터 대본을 보면서 엄청 집중하고 계시더라. 저렇게 큰 배우도 저렇게까지 집중하면서 준비하는구나 싶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던 것 같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어느덧 데뷔 15주년이다. 돌아보면 어떤가.

“차근차근 한 계단씩 가고 있는 것 같다. 엄청 좋고 엄청 나쁘고 이런 게 아니고. 배우로서 작품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되게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군대에 가서 더 느꼈던 건데, 어떤 작품이든 작게라도 역할을 했다는 것 자체가 되게 감사하더라. 큰 역할, 작은 역할을 떠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빨리 가는 것도, 너무 느리게 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한 계단씩 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인터뷰] 정가람, ‘끝장수사’로 마주한 변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