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고유가 직격탄… 고환율에 시름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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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31일 1,530원 선까지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벽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는 모습. /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31일 1,530원 선까지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벽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환율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31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30원 선까지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17년 만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고유가 우려가 이어지면서 원화약세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 1,530원도 뚫은 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2원 오른 1,519.9원에 개장해 장중 1,536.9원까지 솟았다. 이후 소폭 낮아졌지만 종가 기준으로 1,530원대 선이 유지됐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전쟁 사태 발발 이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 중순 들어선 1,500원대 안팎에선 고환율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우려,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강화, 고유가 우려, 외국인의 증시 이탈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이 중동지역의 주요 원유 수출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국제 유가는 연일 출렁이고 있다. 

해당 경로를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달러 강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로 달러 환전 수요가 확대되면서 원화 약세가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난달 21조원을 팔아치운 데 이어 매도세가 더 확대된 상황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흐름과 관련해 “달러 수급 불안과 유가발 국내 경제 펀더멘탈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달러 수급 흐름은 원화 가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외국인 공격적인 주식 순매도가 심리적이나 수급적으로 달러-원 환율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월에는 기업들의 배당정책 강화로 외국인들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수급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31일 전 거래일(1515.7원)보다 14.1원 오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원·달러 환율은 31일 전 거래일(1515.7원)보다 14.1원 오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또한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악화 우려도 원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란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당 기간 원유 등 에너지 및 관련 제품의 공급망 차질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은 한국 경제 혹은 한국 금융시장의 강한 반등을 제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중동 사태 장기화 시 원화 약세 지속될 듯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시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이란발 사태 진정, 즉 고유가 안정 없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이란 사태가 확전 양상으로 치닫을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진옥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27일 보고서(원/달러 환율 변동 요인과 향후 여건 점검)를 통해 “올해 원화는 2분기 전후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소강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중단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통화정책, 외환 수급 개선 여부 등을 반영하며 1,400원대에서 상고하중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호르무즈 해협 통제 장기화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장기간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진 연구원은 “상·하방 요인이 병존하는 변곡점 국면에 위치해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모니터링과 외환 조달 체계 다변화 등 외환시장 안정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고환율이 장기화된다면 국내 경제엔 전반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원자재 비용 부담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외국인 자금 유출 가속화, 외화 부채 상환 부담 증가 등의 문제점이 발행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4.84포인트(4.26%) 내린 5,052.46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3조8,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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