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EGPA, ‘호산구 물리화학 프로파일링’으로 진단 정확도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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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회절 단층 이미징-라만분광 멀티모달 시스템과 머신러닝 분류. /서울아산병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연구진이 빛을 이용한 첨단 이미징 기술로 호산구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호산구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이하 EGPA)를 정확히 감별하는 데 성공했다.

희귀질환인 EGPA는 발병 초기 증상이 천식이나 비강 알레르기와 유사해 오진되거나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팀은 단일 세포의 물리 구조와 화학 성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광회절 단층 이미징-라만분광 멀티모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EGPA 환자 호산구가 보이는 병태생리학적 특성을 96%의 높은 정확도로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및 생명 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투데이 어드밴시스(Materials Today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EGPA는 말초 혈액 속 호산구 증가와 함께 전신 혈관염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적기에 관리하지 못하면 폐, 신경, 피부 등 다양한 장기로 침범이 이뤄진다. 질환 양상이 워낙 다양해 기존의 임상 지표만으로는 상태를 정밀하게 분류하기 어렵고, 때때로 침습적인 조직 검사가 요구돼 환자 부담이 크다.

천식과 증상이 겹치는 초기 단계부터 구분이 쉽지 않은 만큼 EGPA를 객관적으로 감별하고 경과와 치료 반응을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정밀 진단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에 내원한 EGPA 환자군에서 호산구를 분리한 후 자체 개발한 멀티모달 시스템을 해당 호산구에 적용했다.

먼저 광회절 단층 이미징(ODT) 기술을 통해 형광 표지 없이 세포 내부의 3차원 굴절률 분포를 재구성하고 밀도, 응축 상태 등 물리적 지표를 정량화했다.

이어 동일한 세포를 라만분광으로 연속 측정해 분자 화학 정보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호산구 내 과립의 고굴절률 영역을 표적으로 삼아 핵심 분자 특징을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그 결과 배경 신호를 최소화하고 질환 특이적인 신호를 강화할 수 있었다. 과립은 세포 내 다양한 화학 물질과 단백질을 담고 있는 소기관이다. 중심부가 매우 단단하게 뭉쳐 있어 빛에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굴절률 표적이 됐다.

이러한 물리·화학적 지표를 통합해 분류 모델을 구축한 결과, EGPA 환자의 호산구를 대조군과 최대 96%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기존 세포 분석은 형광 표지나 염색 등 전처리가 필요해 단일 세포의 구조와 분자 정보를 동시에 정합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무표지·비파괴 방식으로 하나의 호산구에서 3D 물리 지표와 라만 분자 지표를 동시에 확보해 정밀한 프로파일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술을 활용하면 향후 EGPA뿐만 아니라 다양한 호산구 연관 질환에서 세포 수준의 진단 및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천식 환자 중 EGPA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조기에 선별하고 치료 반응을 객관적으로 추적하는 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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