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잇따라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보험산업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보험상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 판매 조직이 중소 보험사에 맞먹는 실적을 내면서 산업의 무게중심이 ‘제조’에서 ‘판매’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법인보험대리점 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인카금융서비스, 지에이코리아 등 주요 GA들은 지난해 모두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2조4397억원으로 2년 연속 2조원대를 유지했다. 당기순이익은 1158억원으로 전년(1525억원)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피플라이프와 IFC그룹 인수 등을 통해 자회사 GA를 포함한 설계사 수는 3만4608명까지 늘었고, 연내 4만명 돌파도 예상된다. 한화생명 연결 순이익에서 GA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지에이코리아는 매출 1조4385억원, 당기순이익 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인카금융서비스 역시 매출 1조218억원, 순이익 713억원을 올리며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성장은 설계사 조직 확대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약 2만7000명), 인카금융서비스(2만명), 지에이코리아(1만7000명) 등 주요 GA들은 공격적인 인력 확충을 통해 영업 기반을 빠르게 키우며 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GA 설계사는 34만2888명으로, 전속 설계사(21만9246명)의 약 1.6배에 달했다. 보험 판매 채널의 중심이 이미 GA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신계약가치(CSM)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GA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자체 채널 대비 비용 효율적으로 계약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성장의 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설계사 확대 중심의 외형 경쟁이 이어지면서 유지율과 불완전판매 등 질적 지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공룡 GA의 역설, ‘폰지사기·수수료 나눠먹기’ 내부통제 시급
실제 GA 설계사가 연루된 금융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PS파인서비스와 미래에셋금융서비스(GA) 소속 설계사 30명이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약 1400억원 규모의 ‘폰지사기’에 가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7일 금융감독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해 지에이코리아, 프라임에셋 등 다수 보험사와 GA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사기 연루 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고의 사고 유발, 허위 진단서 제출, 위장 치료 등 수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하거나 편취에 가담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와 함께 타 설계사 명의로 계약을 처리하고 수수료를 나눠 갖는 이른바 ‘수수료 나눠먹기’ 등 모집 질서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GA는 설명의무 위반이나 제3자 모집 대가 지급 등으로 기관 과태료까지 부과받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개인 일탈을 넘어 영업 구조 전반의 내부통제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GA 운영위험 평가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차익거래 금지, ‘1200% 룰’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 선지급 수수료 중심의 영업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설계사 이동 증가와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내부통제와 조직 관리 역량을 갖춘 대형 GA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설계사 수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유지율과 소비자 보호 등 질적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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