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이후… 4월 극장가의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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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이후 극장가의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 시사위크 DB
‘왕과 사는 남자’ 이후 극장가의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 시사위크 DB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침체됐던 극장가에 다시 관객이 돌아왔다는 신호를 확인시킨 동시에, 관객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분명히 드러냈다. 이제 관건은 ‘왕과 사는 남자’ 이후 흐름이다. 흥행 배턴을 이어받을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4월 극장가에는 하나의 ‘대형 기대작’보다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작품들이 나란히 출격한다. 이에 특정 작품 하나가 단독으로 흐름을 이어가기보다 관객을 나눠 가져가는 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축은 익숙한 장르를 기반으로 한 상업영화다. 범죄 수사극 ‘끝장수사’(감독 박철환)와 공포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가 그 주인공이다. 두 편 모두 관객에게 익숙한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되, 각기 다른 방식의 변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익숙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끝장수사’(왼쪽)와  ‘살목지’가 4월 극장가에 출격한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쇼박스
‘끝장수사’(왼쪽)와 ‘살목지’가 4월 극장가에 출격한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쇼박스

우선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형사 재혁(배성우 분)이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힌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 분)와 서울로 끝장수사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수사극이다. 디즈니+ ‘그리드’ ‘지배종’ 등의 박철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배성우·정가람·이솜·조한철·윤경호 등이 출연한다. 

버디 수사극이라는 익숙한 장르 위에 매력적인 캐릭터 플레이와 영리한 장르적 변주를 앞세워,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낸다. 장르적 긴장감 속에 코미디를 끌어들여 리듬을 조율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설정을 통해 현실감을 더한다.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으며 오락성 짙은 상업영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장벽은 극 중 형사 재혁을 연기한 배성우의 과거 음주운전 논란이다. 흠잡을 데 없는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배우 개인의 이슈를 작품과 분리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영화를 선택하기까지의 문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2일 개봉한다. 

같은 달 8일 출격하는 ‘살목지’는 서사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변주를 쌓는 ‘끝장수사’와 방향이 다르다. 서사보다 감각을 앞세운다. 로드뷰 화면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라는 설정에서 출발해 설명되지 않는 상황과 감각적 연출을 통해 긴장감을 쌓아간다. 공간 자체가 만들어내는 압박으로 공포를 함께 ‘체험’하게 한다.

최근 공포 장르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체험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살목지’ 역시 이러한 흐름 위에서 이미지와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압박감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한다. 다만 감각적 연출과 달리 서사는 장르의 관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출의 새로움이 서사의 익숙함을 어디까지 상쇄할 수 있을지가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내 이름은’(왼쪽)과 재개봉을 통해 다시 관객을 찾는 ‘리바운드’도 흥행 변수가 될 전망이다. / CJ CGV, 와이드릴리즈, 바른손이앤에이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내 이름은’(왼쪽)과 재개봉을 통해 다시 관객을 찾는 ‘리바운드’도 흥행 변수가 될 전망이다. / CJ CGV, 와이드릴리즈, 바른손이앤에이

중소형 규모의 개성 있는 작품들도 포진해 있다. 제주4·3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담은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을 비롯해 배우 장동윤의 연출작 ‘누룩’, 정우가 연출하고 출연한 ‘짱구’까지,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뚜렷한 색을 내세운 작품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OTT 이후 관객의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에서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이들의 성패를 가를 요소로 꼽힌다.

특히 정지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염혜란이 주연을 맡은 ‘내 이름은’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주4·3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이름’이라는 개인적 서사로 풀어낸 접근이 특징이다. 상업적 문법과는 거리를 두고 감독의 시선과 주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관객의 선택 역시 보다 뚜렷하게 갈릴 수 있다. 4월 15일 개봉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재개봉작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다. 2023년 4월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장항준 감독의 전작으로 다시 주목받으며 재개봉이 결정됐다. 최근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이후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흐름과 맞물리며 무대인사 등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관객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흥행작 하나가 개별 작품에 그치지 않고 감독과 필모그래피 전반으로 관심을 확장시키는 흐름을 보여준다. 극장가의 흐름이 신작 중심에서 벗어나 이미 공개된 작품까지 다시 호출하는 방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리바운드’는 4월 3일 만날 수 있다.

4월 극장가는 서로 다른 결의 영화들이 동시에 관객과 맞붙는 만큼, 흥행 역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왕과 사는 남자’로 되살아난 극장가 분위기가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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