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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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KB라이프를 시작으로 신한라이프, ABL생명 등 일부 보험사에서 이사회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에 발맞춰 이사회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민원 대응을 넘어 소비자 보호를 경영 의사결정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KB라이프를 시작으로 신한라이프, ABL생명 등 일부 보험사에서 이사회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 23일 이사회 내 소위원회 형태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소비자 보호 전문성을 갖춘 이사를 포함해 3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연 1회 이상 정기 개최된다. 상품 기획·개발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소비자 보호 관점을 반영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 예방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B라이프도 주주총회에서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소비자 보호 정책·전략 수립과 내부통제 점검, 관련 리스크 관리 등을 담당하며 이사회 차원의 독립적 감독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CCO를 신규 선임하고 CEO 직속 소비자보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신한라이프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관련 위원회 설치 안건을 통과시켰고, ABL생명도 이날 이사회를 통해 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ABL생명은 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소비자 보호·상품·영업·분쟁 처리 분야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다.

보험사들이 이사회 중심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정책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통해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소위원회 구성과 소비자보호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등을 권고했다. 소비자 보호를 핵심 경영지표(KPI)에 반영하고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감독당국의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보험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후 대응 중심의 관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민원 관리 목표 설정과 사전 예방 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한편, 상품 설계 단계부터 리스크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감독 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으로 확산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험사 상당수가 기존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소비자보호 안건을 다루고 있어 별도 위원회 신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 중복 부담과 함께 소비자보호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확보의 어려움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보험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판매 채널이 다양한 만큼 이사회 격상만으로 민원을 근본적으로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보호가 경영평가와 직결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규제 대응’을 넘어 ‘경쟁력’으로 내재화하는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불합리한 상품 설계, 복잡한 구조에 대한 설명 미흡, 불명확한 보험금 지급 기준 등으로 보험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에 달하는 등 소비자 신뢰가 낮다”며 “CEO 등 경영진이 소비자 보호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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