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죠, 그게 내 팔자죠…(황)동하야 자부심 가져라” KIA에 뜬 태양이 말했다, 전천후 스윙맨의 고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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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하야, 자부심을 가져라.”

롱릴리프.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질 때 출격해 2~3이닝을 맡는 역할이다. 승, 패, 세이브, 홀드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기부여가 쉽지 않은 보직이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니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고, 부상의 위험도 있다.

이태양/KIA 타이거즈

또한, KBO리그 마운드의 사정상, 롱릴리프가 순수하게 롱릴리프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선발이 구멍날 때 오프너를 맡거나 때로는 한시적으로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간다. 그런데 불펜에서 필승조든 추격조든 연투를 한 선수가 많으면 갑자기 1이닝용 셋업맨으로 호출 받는 경우도 생긴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선발도 구멍이 나지만, 불펜도 이런식으로 구멍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있으면 티 안 나지만, 없으면 티가 많이 나는 보직. 결국 이렇게 모든 보직을 번갈아 수행하는 투수들을 스윙맨이라고 부른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에서 KIA 타이거즈로 옮긴 이태양(36)은 커리어 대부분 이 역할을 수행해왔다. KIA가 1라운드서 이태양을 뽑은 것도 이 역할의 적임자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보직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박찬호 보상선수 홍민규, 2년만에 다시 풀타임을 준비하는 황동하 역시 이태양과 함께 1군에서 롱릴리프이자 스윙맨 역할을 수행한다.

이태양은 지난 20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그렇죠 그게 제 팔자죠. 야구를 지금까지 해왔던 그런 팔자고, 그런 거에 있어서 전혀 힘든 것은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야구를 해 왔기 때문에 또 그게 필요해서 KIA 타이거즈가 2차드래프트에서 날 선택해 주셨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태양은 2022시즌 SSG 랜더스 시절 이 역할을 잘 수행해서 통합우승까지 맛봤다. 그는 “당시 저랑 (노)경은이 형이 잘해서 우승 시켰죠. 그게 또 나만의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야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화에선 자리가 마땅치 않았지만, KIA는 이태양을 위한 판을 깔아준다. 이태양은 “예민한 부분이 사라졌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다. 선발을 오래 한 투수는 등판 날에 예민하다. 난 중간도 선발도 해봤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그게 장점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보직을 후배들에게 권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적응이 잘 됐지만 역시 힘든 보직이다. 아울러 자신과 함께 올해 이 보직을 수행하는 황동하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털어놨다. 이태양은 “집안 살림이 좀 잘 돌아가야 집도 깨끗하고 그런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 팀이든 저 같은 선수가 있으면 그래도 좀 편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물론 현실적 고충도 언급했다. 이태양은 “우리팀에서 지금 동하가 어린 친구인데 내가 같이 해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팀 상황상 저 같은 이런 보직을 웬만하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야구를 지금까지 하다 보니까 필승조, 마무리, 선발 다 힘든데 1~2점차로 지고 있을 때 나가는 투수가, 딱 그 중간에서 한 2이닝 정도 버텨주는 투수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내가 그걸 해서가 아니라 거기서 버텨주면 게임이 후반에 만들어지는 거고, 거기서 못 버티고 터져버리면 필승조 마무리까지도 연결이 안 되다 보니까”라고 했다.

그래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태양은 “뭐 그거를 알아달라는 게 아니라, 모든 투수가 그런 책임감을 더 가지고 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동하도 분명히 뭐 아쉬운 것도 있고 힘들고 그런데, 그건 아무나 못해요. 진짜 이 보직은…그것도 능력이거든요. 아무나 못하는 보직이니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죠”라고 했다.

5선발 경쟁서 밀린 황동하에게 이태양은 “이런 보직은 눈에 보이는 포인트가 없다. 홀드든 세이브든…동기부여가 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사람이 감정도 있고 하다 보니. 그런데 동하에게도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라. 이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니까.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뭐 아직 어려가지고.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이태양처럼 시간이 좀 지나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도 어릴 땐 몰랐는데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붙다 보니까,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좀 갖고 야구를 했다면 더 좋은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들어요. 그게 안 되니까 야구가 엄청 어려운 거죠”라고 했다.

이태양/KIA 타이거즈

이태양과 황동하가 만들어가는 2026시즌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KIA 마운드에 반드시 필요한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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