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협력업체 노동자 잇따른 사고 “위험의 외주화”…서정진 글로벌 ESG 안전경영 ‘구멍’

마이데일리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4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셀트리온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셀트리온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사고가 잇따르면서 ‘위험의 외주화’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정진 회장이 수습과 재발 방지 입장을 밝혔지만,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와 달리 현장 안전관리 체계에 균열이 드러났다.

25일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공장에서 설비 점검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A씨가 약 9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 2023년 9월에도 협력업체 노동자의 안전 사고 전력이 있다. 2공장 외부 폐기물 창고에서 황산이 누출되며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화상을 입었다.

당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됐지만, 이번에는 급기야 협력업체 관련 사망 사고에까지 이르렀다.

정영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협력업체 노동자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은 사업장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위험한 작업이 외주로 넘어가는 구조 문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 역시 도급인으로서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 만큼 단순히 협력업체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사업장 내에서 사고가 반복됐다면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경찰은 A씨의 소속과 고용 구조를 확인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현장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관리 책임 소재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해당 작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광역산재예방감독과와 중대재해수사과를 투입해 사고 경위와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대재해수사과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조사 과정에서는 당시 작업 방식과 작업허가서 작성 여부,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 추락방지 설비 설치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사고가 정기 생산공정이 아닌 설비 점검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정기 작업 관리 체계의 허점 여부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질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은 최근 안전보건 우수사업장 선정과 국제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인증 등을 강조해왔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체계 구축, 주요 위험요인 관리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사고가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발생하면서 이러한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생산공정과 달리 유지·보수 작업 현장이 상대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인 안전조치에 구멍이 있었다는 의미”라며 “고소작업이라면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안전벨트 등 기본 보호조치가 갖춰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기 설비 점검은 시간 제약을 이유로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개선 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역량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 /셀트리온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 특성상 품질과 공급 안정성뿐 아니라 안전관리 수준 역시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될 경우 생산 차질보다 글로벌 공급 신뢰와 ESG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안전 문제가 구조적 이슈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전날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관 공사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업무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회사가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유가족 지원과 사고 수습에 나서는 한편 관계 당국 조사에 협조하고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관계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정기 감독 유예 등 일부 행정 인센티브가 부여되지만, 선정 이후 한 달 만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혜택 유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우수 기업 지위와 인센티브가 철회될 수 있어,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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