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의 문맹률은 1%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숫자와 경제 흐름을 읽어내는 금융 이해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자산 가치 하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장기적인 노후 준비에 차질을 빚는 등 이른바 '금융 문맹'이 실생활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은 60점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금융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다. 이에 따라 산발적인 민간 중심 금융교육을 넘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금융교육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전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은 65.7점이다. 2022년에 실시된 직전 조사(66.5점)에 이어 여전히 6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INFE가 제정한 기준에 따라 통상 2년마다 실시된다. 성인의 금융 이해력 수준을 측정해 경제·금융 교육 방향을 수립하거나 OECD 국가 간 비교 등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올해도 조사가 시작돼 오는 2027년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65.7점)은 OECD 평균인 62.7점을 넘겼지만, 독일(73점)과 룩셈부르크(68점)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아시아권인 태국(71점)과 홍콩(70점)보다도 낮은 성적표다. 국가의 덩치나 디지털 금융 인프라 발전이 국민의 금융 이해력 상승으로 곧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뼈아프게 바라볼 대목은 금융 지식 부문,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 급락이다. 우리나라의 해당 항목 점수는 56.6점으로 직전 조사(78.3점) 대비 21.7점이나 곤두박질쳤다. 전체 금융 이해력 총점을 갉아먹은 결정적 원인이다.
국민 다수가 물가 상승이 내 자산의 실질 가치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지식 부족을 넘어 자산 형성과 노후 준비 전반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 드러낸 민간 주도 교육
전문가들은 개별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온·오프라인 교육이나 단발성 홍보 캠페인에만 의존하는 현행 구조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적과 영업 논리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민간 금융사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이미 국가 차원의 금융교육 체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국민의 낮은 금융 이해력을 국가적 리스크로 판단해 지난 2024년 8월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출범시켰다.

J-FLEC는 일본 중앙은행·은행협회·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공동 출자한 공적기관이다. 중립·공정·비영리 원칙 아래 학교와 기업 등에 전문 강사를 무료로 파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겉도는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국가 주도로 금융교육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금융사에 치우친 교육 부담을 덜고, 연령별·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책임질 공교육 연계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교육이 단순한 인식 제고 수준에 머무르는 한 개인의 금융 역량 향상이나 건전한 경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따라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금융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 내에 필수로 편성하는 것이 꼭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국내 금융문해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장기적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