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18개의 상임위원장을 모두 갖고 오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다. 이러한 엄포는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실제로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경우 지난 21대 국회 초반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압박 차원이라는 것이 민주당 설명이다. 상임위 회의도 열고 민생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실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태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독식’ 가능성 열어둔 ‘고강도 압박’
정 대표는 전날(23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22대 국회 개회 이후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정무위의 법안 통과율은 고작 17.6%에 불과하며 올해 법안 심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며 “국민의 삶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태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책임과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후반기 상임위 구성과 운영을 100% 민주당이 맡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정 대표 발언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시작으로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도 연이어 나왔다.
이러한 ‘상임위원장 독식’은 실제 민주당 의석수만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중 다수득표자로 정하는데, 민주당이 161석을 보유해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차기 국회의장 출마가 거론되는 민주당 의원들도 정 대표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6선의 조정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두 달 가까이 국회가 개점휴업 하는 낡은 관행을 22대 후반기 국회에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민주당이 후반기에 모든 상임위를 가져와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5선의 박지원 의원도 “정 대표께서 하반기 국회에선 미국처럼 승자 독식, 상임위원장을 다수당에 배정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방송 등에서 책임정치 차원에서 이러한 원칙을 거듭 밝혀 왔다”고 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후반기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실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면 지난 21대 국회 초반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민주당(당시 여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이후 여야는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다 결국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다만 현재로선 이러한 발언이 압박 차원이라는 것이 민주당 설명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2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입법 논의에 임하고 상임위도 열어서 민생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자고 압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국민의힘이) 끝까지 그러면 우리 내부에서도 ‘이렇게 후반기까지 계속 발목 잡힐 수는 없지 않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며 “(국민의힘) 태도에 따라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독식을 해도 역풍이 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정치권은 ‘역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독주 프레임’을 경계해 왔다. 지난 21대 국회 초반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한 이후 다음해(2021년)열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이러한 역풍이 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현재 국민의힘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상임위가 열리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문제지만,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것도 문제 아닌가”라고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해도) 큰 영향을 안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여론의 ‘섬’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연일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의 상임위원장 배분 관행이 1987년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1988년)때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집권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100% 독식하겠다는 것은, 노무현 이전을 넘어서 87년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역사적 퇴행’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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