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적대적 국가론’에 남북관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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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3일 평양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회의 2일회의를 개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3일 평양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회의 2일회의를 개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다”고 밝혔다. ‘통일’이라는 선대의 유훈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 입장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거치며 김 위원장 중심 권력 체제가 강화된 가운데, 남북관계의 먹구름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2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그간 북한이 강조해 온 ‘적대적 두 국가론’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남북관계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란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도 한국을 “공생할 수 있는 이웃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은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분석(2):대남분야’에서 “(남북관계는) 북한이 설정한 ‘핵무력 강화’와 ‘강대강 정면승부’라는 국가 전략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연동되는 구조적 상수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족 통일의 과업을 선대 유훈으로 여겨온 북한이 김정은 체제 이후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체제 불안’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회의 2일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 기념촬영 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회의 2일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 기념촬영 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 친정 체제 강화한 김정은… 험난해진 남북관계 개선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본인의 통치 체제의 선명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대회에서 총비서로, 최고인민회의에선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했다. 대규모 인적 개편도 눈에 띄었는데, 9차 당 대회에선 최룡해·오일정 등 항일 빨치산 2세 등 ‘원로 그룹’이 대거 퇴진했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최룡해를 대신해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조용원이 선출됐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권력 체제가 한층 공고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통치의 이념과 정체성을 강화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6일 ‘북한 노동당 9차 대회 파워 엘리트 변동 평가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에서 “군부 원로 그룹의 완전한 퇴장으로 북한 지도부의 권력 정통성은 이제 김일성·김정일의 혁명 역사에서 김정은의 통치 업적으로 완전히 이전됐다”며 “향후 5년간 ‘경제 건설·핵전력 고도화·대남 강경 기조’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국정은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남 라인의 변화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앞서 지난 9차 당 대회에서 그간 대남 업무를 맡아온 김영철·리선권 등이 주요 직에서 배제됐다. 리선권의 경우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복귀했지만, 북한의 구조적 특성상 실질적인 권한을 갖기 보다는 상징적인 자리라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곧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기반한 대남 강경 노선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냉랭함 속에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가 좁아진 만큼,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북한이 응답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북 화해 무드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부 역시 평화적 관계 발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각오다. 청와대는 “적대적 언사가 지속되는 것은 평화공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남북 모두의 안전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은 적대와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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