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자동차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차보험 8주룰’을 두고 당국 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 국토부와 금감원이 시행 시점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었고 업계 안팎과 언론의 관측 역시 빗나가서다.
일각에서는 도입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 시행에 대한 후폭풍이 상당해 국토부와 금감원의 제도 시행일 확정이 늦춰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3일 <마이데일리>에 “경상환자 8주룰의 4월 1일 시행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적이 없다”며 “언론 등이 앞다퉈 보도를 했고, 올해 중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일부 언론과 업계에서는 해당 제도가 4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이를 공식화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해 말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하며 보험금 지급 기준 정비에 나섰다. 당시 금감원은 시행 시점을 3월 1일로 제시했었다.
4월 1일로 제도 시행일이 와전된 것과 관련해 금감원과 국토부 측은 지난해 금감원의 3월 1일 시행 예고 개정안을 두고, 언론과 보험당국 안팎의 관측이 어긋나면서 생긴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올해 3월 1일로 시행 시기를 못박았지만 실제 후속 시행규칙을 만드는 국토부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이를 두고 한달 정도 늦춰질 것이라는 추측보도가 잇따르면서 으레 제도 시행 시기가 4월 1일로 잘못 알려졌다는 해석이다.
경상환자 8주룰은 교통사고로 상해등급 12~14급 경상을 입은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과잉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실제 경상환자 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보험금은 빠르게 증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8년간 경상환자 수는 4.8% 증가한 데 그친 반면,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85.1% 급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7%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사업비를 고려한 손익분기점 손해율을 약 80%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손익은 총 458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손해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료를 일부 인상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줄여 보험금 누수를 막지 않으면 손해율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 시행을 위한 세부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8주 초과 치료에 대한 심사 기준과 운영 방식, 예외 적용 범위를 두고 당국 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자와 임산부, 어린이 등을 별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장에서는 “제도 도입 준비는 충분하다”는 의견과 “추가적인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엇갈리며 조율이 길어지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국토부 산하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8주 초과 치료의 적정성 심사를 맡고, 이의제기는 분쟁조정 절차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별개로 의료계 반발은 변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교통사고 후유증은 사고 강도와 손상 부위, 환자 회복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8주라는 일률적 기준은 의료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추가 치료 시 별도 심사를 거치면 치료 연속성이 저해되고 환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개정안은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의 95%에 달하는 경상환자의 보상권을 사실상 제한할 수 있다”며 “보험사의 수익 보전을 우선한 조치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는 최대한 빠른 시행을 목표로 준비해왔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부 기준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법령 시행 준비와 실제 현장 적용 준비는 다른 문제인 만큼 금감원과 시행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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