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김희수 기자]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태도였다.
이영하는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치러진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26 신한SOL KBO리그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경기 내용은 복합적이었다. 4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지만, 볼넷을 네 개나 내준 건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또 3연속 볼넷으로 초래한 무사 만루에서 적시타 하나만을 내주고 1실점으로 막은 위기관리 능력은 좋았다. 여러모로 명암이 공존한 경기였다.
두산이 4-1로 경기에서 승리한 뒤, 승리 투수 이영하를 더그아웃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영하는 “변화구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는데, 직구가 마음대로 된 게 거의 없어서 좀 답답한 경기였다. 어떻게든 마운드에서 다잡아보려고 했는데 맘같이 되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는 제 직구는 빵점이었다”며 자신의 경기 내용을 냉철하게 돌아봤다.
이후 이영하와 경기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영하는 “변화구는 원하는 대로 들어갔고, 여러 구종을 잘 섞어 던졌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도 변화구는 좋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직구로 초반에 카운트를 잡으면서 게임을 풀어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타자들이 제 슬라이더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직구 위주의 피칭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번 경기에서 그 중요성을 올려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원형 감독은 꾸준히 투수들에게 보다 공격적인 카운트 싸움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영하의 이름은 따로 콕 집었을 정도다. 이영하는 “사실 마운드 위에서는 그 지시 사항만 계속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다. 물론 이번 경기처럼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볼넷을 주는 상황 같은 건 던지는 나도 많이 아쉽다. 차라리 스트레이트 볼넷 같은 경우 그냥 그 상황에서 내가 뭔가 안 맞아서 내주는 거라 괜찮은데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 놓고도 승부에서 지는 상황은 줄여야 한다”며 본인 또한 카운트 싸움을 좀 더 과감하게 가져가야 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의 피칭은 이영하 본인이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들어가는 일종의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이영하는 “제가 이제 1군에서 11년째다. 10년의 시간 동안 제가 만들어온 투구 패턴은 거의 비슷하다. 타자들도 이제 ‘이영하는 여기에 던지는 걸 좋아하는 투수’라는 걸 다 계산하고 들어온다. 지금은 그걸 역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턴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영하로부터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반대 코스 공략도 있고, 구종이나 타이밍을 반대로 가져가는 것도 있다. 제가 보더라인 피처는 아니지만, 네모난 존을 최대한 골고루 활용하고 공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도착한다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은 시도해 보고, 아쉬운 결과가 나오면 아쉬워도 또 해보는, 그런 과정에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사실 던지던 대로 던지면 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냥 딱 그 정도까지밖에 안 될 것 같았다. 더 좋은 투수가 되려면 결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지금의 시행착오가 꼭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 이영하는 “사실 어렸을 때 진작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이나 상황으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것만 쫓았던 것 같다”고 또 한 번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영하는 “이런 날도 있을 거고, 다음 경기에서는 또 잘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계속 도전하고 전진할 것임을 알렸다. 벌써 1군 11년차의 중견급 투수가 됐지만, 이영하의 의미 있는 성장통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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