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올해도 5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해외 본사로 송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시장이 외국계 은행의 ‘현금 회수 모델’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와 함께 이들 은행에도 ‘생산적 금융’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책과 실제 경영 간의 괴리로 외국계 은행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이달 말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을 확정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계열 법인인 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씨티은행은 씨티그룹 계열 해외 투자회사인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oration)가 99.98%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지분 구조로 배당금 대부분은 해외 본사로 송금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외국계 은행을 향해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을 만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을 설명하고, SC제일은행의 혁신기업 지원과 기업금융 확대를 요청했다. 생산적 금융 정책이 기존에는 국내 금융지주 중심으로 추진돼 온 점을 감안하면, 외국계 은행까지 정책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경영 흐름은 정책 방향과 엇갈린다. SC제일은행은 2025년 결산 배당으로 1250억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배당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70%에서 88%로 상승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1415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급감했음에도 배당은 상대적으로 소폭 줄이면서 배당 비중이 크게 높아진 구조다.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배당 규모를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경영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씨티은행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씨티은행은 결산 배당 1537억원과 지난해 5월 실시한 약 23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포함해 연간 약 38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486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중간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 규모는 순이익에 근접하거나 이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생산적 금융’ 요구 vs 고배당 유지…외국계 은행, 형평성 논란
현행 규제 체계상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배당을 직접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 자본 건전성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배당이 허용되는 구조로, 배당성향 자체를 규제하는 장치는 제한적이다.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정책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배당성향 관리와 사회적 역할 확대 등 정책적 요구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외국계 은행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역차별’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에까지 생산적 금융 참여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향후 기업금융 확대 유도나 경영평가 반영 등 간접적인 방식의 정책 대응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영업 축소 속에서도 배당 중심 전략을 지속할 경우 한국이 성장 투자 기반이 아닌 이익 환류 거점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요구가 실제 경영 전략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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