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입법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정부와 국회, 업계 모두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서 ‘지분 규제’와 ‘행위 규제’라는 두 접근이 맞서고 있다.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를 두고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 “소유 제한보다 투명성·책임성 확보에 초점 맞춰야”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빠르게 성장한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용자 규모와 거래량 모두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동안 민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분명해졌다. 이 때문에 입법 자체의 필요성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논쟁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서 갈린다. 현재 검토되는 지분 규제 방식은 특정 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공익적 성격을 가진 시장에서 이해상충이나 사익 편취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접근이다. 기존 금융 규제에서도 유사한 논리가 적용돼온 만큼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낯선 선택지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도 18일 열린 ‘스타트업 경영권 보호 및 합리적 규제 체계 모색 간담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그는 디지털자산 규제 논의와 관련해 “시장 신뢰 제고와 이용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형성된 기업의 소유 구조를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은 재산권과 신뢰보호 원칙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의 방향성 자체보다 설계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은 발언이다.
업계와 전문가들 역시 같은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규제의 초점이 ‘소유 구조’에 맞춰질 경우 실제 위험과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리스크는 지분율 자체보다 △고객 자산 보호 △내부통제 △이해상충 △보안 문제 등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유를 분산시키는 것만으로 이러한 위험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행위 중심 규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내부통제 강화, 공시 의무 확대, 특수관계자 거래 통제 등 위험이 실제로 발생하는 지점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규제의 대상이 ‘지분’이 아니라 ‘행위’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주요국 역시 소유 제한보다는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규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지분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지분을 나누면 자연스럽게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책임 주체가 모호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분이 분산될수록 각 주주의 감시 유인이 약해지고 오히려 경영 통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민감하게 작용한다. 초기 기업일수록 창업자와 투자자의 지분 집중을 기반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전략 수정이 이뤄진다. 이러한 구조가 투자와 성장의 전제가 되는 만큼 지분 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자금 조달과 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 특성과 성장 단계가 다른 영역에 동일한 규제 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제기된다.
입법 방식과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예측 가능성’이다. 이미 형성된 시장과 기업 구조에 사후적으로 규제가 적용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규제의 강도보다도 규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가 투자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적용 시점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단계적 도입이나 유예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책 설계 논의는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지분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지배력 변동 시 감독당국의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이사회 독립성 확보, 내부통제 체계 강화, 이해상충 방지 장치 등을 결합해 실질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소유 구조를 직접 조정하기보다 거버넌스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접근이다.
이번 논쟁은 ‘규제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수렴된다. 지분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위험 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정밀하게 통제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두 방식 모두 시장 안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상자산 입법은 이제 선택의 단계에 들어섰다. 숫자로 지배구조를 나눌 것인지, 아니면 행위를 기준으로 위험을 관리할 것인지. 그 선택이 단순한 규제 수준을 넘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디지털 금융 산업의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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