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쿠쿠그룹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와 자회사 간 ‘사외이사 맞교환’에 나서 눈길을 끈다. 상법상 보장된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한으로 채우는 것인데, 같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상호 이동은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독립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돌려막기’의 정점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 상법 위반은 아니지만… 독립성 우려 제기
쿠쿠그룹의 지주사인 쿠쿠홀딩스는 오는 24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쿠쿠2공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정기주총을 통해 쿠쿠홀딩스는 이성호 서울시립대 교수를 독립이사로,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독립이사는 지난해 이뤄진 상법 개정에 따라 변경된 사외이사의 새 명칭이다. 쿠쿠홀딩스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 안건도 처리할 예정이며, 여기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것도 포함돼있다.
쿠쿠홀딩스의 자회사인 쿠쿠홈시는 오는 26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시흥공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쿠쿠홈시스 역시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다. 허준영 삼덕회계법인 공인회계사와 강규호 고려대 교수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눈길을 끄는 건 각 사외이사(독립이사) 후보의 경력이다. 쿠쿠홀딩스 독립이사 후보 2명은 현재 쿠쿠홈시스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2020년 처음 쿠쿠홈시스 사외이사로 선임돼 한 차례 연임했고, 오는 28일 임기가 만료된다. 쿠쿠홈시스 사외이사 후보 중 한 명인 허준영 후보는 반대로 쿠쿠홀딩스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역시 2020년 처음 선임돼 한 차례 연임했으며, 오늘 30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에 앞서 임기 만료가 임박한 기존 사외이사 직은 내려놓을 예정이다.
세 사람은 상법이 제한하고 있는 사외이사 임기인 6년을 모두 채운 상태다. 그리고 곧장 같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동이 법 위반은 아니다. 상법은 사외이사가 한 기업에서 재직할 수 있는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한편, 지주사 및 계열사를 포함한 최대 임기는 9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세 사람은 각각의 기업에서 3년 더 사외이사로 활동 가능하다.
같은 그룹 내 지주사 및 계열사로 이동해 사외이사로서 활동 가능한 임기를 꽉 채우는 건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처럼 지주사와 자회사가 6년 임기를 마친 사외이사를 상호 교환하는 형태는 이례적이다.
이는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쿠쿠그룹 측은 “쿠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그룹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가졌음과 동시에 각사의 사업 특성에 맞는 전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있다”며 “검증된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외이사 구인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외이사 돌려막기’의 정점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사외이사 돌려막기’란 다른 기업에서 6년 임기를 마친 사외이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은 실태를 지적하는 것으로, 특히 금융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보단, 직업이 사외이사인 이들을 낳은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심지어 쿠쿠그룹은 사외이사가 그룹 내 상호 이동하는 것인 만큼, 이러한 비판에서 더욱 자유롭기 어렵다.
사외이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건이라 할 수 있는 독립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6년 간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유대관계가 형성돼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상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독립성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검증된 인사’는 자칫 ‘입맛에 맞는 인사’가 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은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종전엔 수차례 연임을 통해 10여년 이상은 물론, 길게는 수십 년간 같은 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장수 사외이사’가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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