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87년 헌정 체제에서 멈춰있던 개헌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하면서다. 목표도 분명하다. 정치적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개헌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다만 시점을 둘러싼 여야의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헌’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진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를 하고 기초 자료, 입장도 정리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개헌을 언급하며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정치적 쟁점이 될만한 부분을 배제하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개헌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5·18 정신’을 헌법 조문에 넣자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 자치 강화, 계엄 요건 강화 등을 거론하면서 “국민들도 다 동의하고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현행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87년 이후 약 40년간 유지되면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등을 겪으며 증폭됐다. 국회사무처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5일부터 20일까지 1만2,56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헌 찬성’ 의견이 68.3%였다. 이들 중 70.4%가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문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0.9%p).
◇ ‘단계적 개헌’에 야당은 시큰둥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도 ‘단계적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 의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또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다”며 “비상계엄의 여파가 다 끝나지 않았고 그로부터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의 내용이 분명하게 집약된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환영의 뜻을 밝히는 바”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개헌의 불씨가 점화된 모습이지만, 적극적인 논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야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시점과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 의장이 제안한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투표에 대해 야당은 민생 과제 등이 우선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우 의장이 이날까지 요청한 ‘개헌특위’ 구성도 결국 불발됐다.
개헌의 시점을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개헌의 내용을 둘러싼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야당에서는 이날 이 대통령이 제안한 ‘단계적 개헌’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새어 나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개헌은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 틀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며 “‘합의하기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은 정권이 하고 싶은 것만 먼저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했다.
이런 야당의 지적은 개헌 논의에 ‘권력 구조 개편’ 등의 주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권력 구조 개편은 단시간에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주제라는 점이다. 앞서 국회사무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년 단임제’, ‘4년 연임제’,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는 각각 41%, 29.2%, 26.8%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해당 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권력구조 개편은 정치 성향에 따른 입장차로 갈등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5·18 정신’과 함께 ‘부마민주항쟁’을 헌법 조문에 함께 담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에서) 이런 주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한꺼번에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마항쟁도 우리 헌정사에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하면 형평성도 맞고 논란도 줄여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