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프리미엄 카드 전략을 앞세운 현대카드가 순이익 기준 카드업계 ‘톱3’에 처음 진입했다. 업황 둔화 속에서도 우량 고객 중심 전략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순이익 증가에도 배당을 대폭 줄인 데다 소비자 논란까지 겹치며 경영 전반을 둘러싼 복합적인 논쟁의 중심에 섰다.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 구조는 내부통제 책임과 감독 권한이 동일 인물에게 집중됐다는 점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질적인 수장으로 평가되는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단순함 위에 정교함”이라는 경영 전략의 의미를 두고 업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 업황 둔화 속 ‘나 홀로 성장’…보수적 배당 전환
현대카드는 지난해 배당 총액을 1060억원으로 줄이며 전년(1543억원) 대비 약 31% 축소했다. 배당성향 역시 약 30% 수준으로 낮아져 전년(48.8%)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그간 50% 안팎을 유지해 온 흐름과도 대비된다.
흥미로운 점은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점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5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7% 증가했고, 주요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한 흐름과 달리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갔다. 이번 실적으로 KB국민카드를 제치고 순이익 기준 업계 3위에 올랐다.
영업이익은 4393억원으로 8.2% 늘었고 총 취급액은 189조7507억원으로 5.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 △우량 고객 중심 전략 △PLCC 확대 등을 성장 요인으로 꼽는다. PLCC 시장 점유율은 약 70% 수준이며, 애플페이 도입 역시 해외 신용판매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경쟁 카드사들은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유지하거나 확대했다. KB국민카드는 약 60% 수준의 배당성향으로 현금배당을 재개했고,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역시 각각 40%대 중반과 50%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업황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본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적 개선에도 배당을 축소한 점에서는 재무 전략의 방향성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린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과 향후 투자 재원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 배당 줄였지만 CEO 보수 42억 ‘최고’…견제 약한 이사회
배당 축소와 달리 경영진 보수는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정태영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약 41억원대로 추산되며, 이는 삼성카드(약 16억원), 신한카드(약 8억원) 등 주요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부 카드사는 5억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주요 카드사 CEO 보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거나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 흐름과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을 겸직하며 성과급까지 포함된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배당 정책 변화와는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현대카드 이사회의 보수 수준과 활동 간 괴리도 지적된다. 현대카드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는 약 6162만원으로 삼성카드(약 8080만원)에 이어 업계 상위권이다. △신한카드(약 5054만원) △롯데카드(약 4937만원) △우리카드(약 4827만원) △KB국민카드(약 3970만원) 등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이사회 활동의 질적 측면에서는 대비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지난해 현대카드 이사회에서는 상정된 안건 가운데 단 한 건의 반대 의견도 나오지 않았다. 사외이사의 연간 이사회 투입 시간 역시 약 78시간으로,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 하나카드(약 193시간)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업계에서는 “보수 수준은 높은 반면 견제 기능은 제한적인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기보다는 형식적 승인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프리미엄 전략의 그늘…혜택 줄이고 연회비 늘리고
소비자 관련 논란도 불거졌다. 현대카드는 최근 3년 동안 단종 카드 약 70만장을 대체 발급했으며, 일부는 문자 안내 후 별도 거절 의사가 없을 경우 자동 발급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나온 바 있다.
다만 현대카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절차는 현행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논란은 지난해 10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기한 것으로 당시 의원실은 “(현대카드가)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는 전화로만 명시적 동의를 받고, 최근 6개월 내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는 문자메시지로만 사전 안내한 후 20일간 회신이 없으면 자동 발급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리미엄 카드 혜택 축소 논란 역시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더 퍼플’ 카드 바우처 사용처 축소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넘’ 카드 개편 과정에서의 바우처 지급 조건의 강화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연회비 중심 수익 구조로 이동하면서 혜택 조정과 상품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현대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최근 5년간 약 72% 증가하며 업계 내에서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현대카드는 최근 컬러 시리즈 신상품 ‘the Orange(더 오렌지)’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성 강화와 소비자 가치 간 균형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 정태영 부회장, 책임자이자 감독자?…지배구조 충돌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사에 ‘책무구조도’를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사회가 이를 감독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과 조창현 대표이사(부사장)가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두 대표이사 모두 내부통제 책임을 지지만, 각자대표 체제에서는 책임이 나뉘는 구조인 만큼 최종 책임 주체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가운데,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내부통제를 누가 어떻게 감독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내부통제 감독 체계는 현재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 동일 인물인 구조에서 권한은 집중된 반면, 책임의 귀속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단순함 위 정교함”…전략인가, 구조적 역설인가
정태영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사업이 복잡해질수록 강점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그 위에 정교함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카드는 데이터 기반 고객 전략과 프리미엄 카드 중심 구조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 논란, 지배구조 이슈, 내부통제 책임 구조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전략은 분명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경영 구조 측면에서는 또 다른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실제 경영 구조에서는 책임과 감독 권한이 교차하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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