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주총 시즌, 행동주의 펀드·자문사 공세에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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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4명 후보 가운데 2명을 선임한다. /DB손해보험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개 주주서한과 주주제안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주요 안건에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4명 후보 가운데 2명을 선임한다. 회사 측 후보와 행동주의 펀드 추천 후보가 동시에 올라오면서 사실상 주주 투표로 결정되는 구조다.

이번 표 대결의 중심에는 지분 약 1.9%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있다. 얼라인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자본시장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와 최흥범 전 삼정KPMG 파트너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맞서 DB손보는 김소희 전 AIG손해보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회사 측은 보험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주주 접촉을 강화하며 표심 잡기에 나선 상태다.

앞서 얼라인은 지난 2월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DB손보가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DB손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배 수준으로 국내외 주요 보험사 평균보다 낮고, 내재가치 기준 조정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4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저평가 원인으로 △비효율적 자본 배치 △낮은 주주환원율 △지배주주 관련 내부거래 등을 꼽았다. 이어 지급여력(K-ICS) 비율 목표를 기존 200~220%에서 180% 수준으로 낮춰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35%에서 5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DB손보는 주주서한 답변과 함께 정종표 대표 명의의 CEO 서한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보험업은 공적 책임과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내실 성장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통해 주주 신뢰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례가 실제 경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행동주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요구가 실현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지분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례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보험사 안건에 잇따른 반대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움직임도 주총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ISS는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의안 보고서에서 한화생명이 상정한 사외이사 임기 연장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경우 이사회 책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래스루이스 역시 삼성생명 임채민 사외이사 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과 삼성화재 김재신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인사들이 근무했던 법무법인이 보험사와 업무 관계를 맺어온 점을 고려할 때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한화손해보험 이사 임기 연장과 삼성생명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이처럼 보험업계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 것은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논의 등으로 주주권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권 교수는 “그동안 보험사는 지배구조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아 행동주의 펀드나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주요 타깃이 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며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법 개정 논의와 집중투표제 등으로 주주 권한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행동주의 펀드 등의 개입 시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주주 의견이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과도한 요구가 제기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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