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2024년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가 ‘인재(人災)’로 인해 발생한 정황이 쏟아지고 있다. 무안공항은 당초 건설 초기부터 설계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공항을 관리·감독하는 주체인 국토교통부가 국제기준을 무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사고 피해자들과 피해 항공사에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감사원 감사 결과, 국토부는 무안공항 건설 초기 시공사가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소재를 부러지기 쉬운 알루미늄 소재에서 철근콘크리트 소재로 설계를 임의 변경한 것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거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철근콘크리트 기초의 로컬라이저 둔덕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 기준미달시설임에도 국토부는 취약성에 대한 검토를 않고 설계변경 절차도 이행하지 않은 채 해당 시설의 설치를 승인했다.
ICAO에서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에 세워지는 로컬라이저 등 장애물에 대해 ‘부러지기 쉬운 구조’를 적용하고, 종단안전구역은 활주로 끝부분부터 240m까지로 설정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시설은 두 가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이후 지난 2024년까지 매년 공항시설 관리검사 또는 공항운영증명 정기검사를 수행했지만, 정작 현장 검사에서 철근콘크리트둔덕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안공항 공항운영증명 검사를 하면서 매년 종단안전구역에 대해 ‘종단경사도가 적절하고, 설치된 시설이 충격 시 부러지기 쉬운 형태로 설치돼 있다’고 현장점검 결과를 사실과 달리 작성해 검사를 종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무안공항이 세워진 위치가 철새도래지라는 점 또한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고, 무안공항에 근무하는 조류퇴치 인력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매년 진행한 무안공항 안전점검에서 ‘야생동물 위험관리’ 5개 항목에 대해 모두 ‘양호’ 판정을 내렸다.
제주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2024년 12월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 “국토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며 무능한 행정이 만들어 낸 구조적 위험을 방치한 것”이라며 “국토부는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오히려 지난해 7월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단순한 오판’으로 단정지으려했다. 당시 사조위는 “조종사가 엔진을 잘못 끈 것 같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를 발표하려다 유족들과 항공업계의 반발에 사조위의 언론 브리핑은 취소됐다.
국토부와 사조위가 과거 무안공항 건설 초기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을 몰랐는지, 숨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토부와 사조위가 무안공항 설계 문제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고의 원인을 항공사의 과실로 몰아가려 한 것은 바뀌지 않는다.
업계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 “명백한 인재”, “당시 제주항공 기장·부기장은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의 공항 관리·감독 부실이 참사로 이어진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산하 기관은 유족과 제주항공 측에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침묵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최소한 진심어린 사과부터 시작해 이러한 인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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