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약품(128940)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끌어온 박재현 대표이사의 연임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신 투자·금융 전문가인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440290)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부상하면서 한미약품이 새로운 경영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차기 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이사회에서 확정된 안건은 오는 31일 열리는 한미약품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박재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명희 이사, 김태윤 감사위원장, 윤영각 감사위원, 윤도흠 사외이사 등의 임기가 이달 만료된다. 이에 따라 지주사 이사회는 차기 이사 후보군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후보 명단에는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 부문 대표와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채이배 전 국회의원,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등이 포함됐다. 특히 황 대표와 김 본부장은 사내이사 후보로 내정됐으며, 황 대표는 주주총회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연 대표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으며, 이후 종근당홀딩스 대표와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낸 투자·금융 전문가다. 현재는 벤처캐피털 HB인베스트먼트에서 사모펀드(PEF) 부문을 맡고 있다.
만약 황 대표가 최종 선임될 경우 한미약품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인사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한미약품 대표는 이관순 전 대표, 우종수 대표, 권세창 대표, 박재현 대표 등 회사 내부에서 성장한 전문경영인이 맡아왔으며, 이들은 모두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경영 철학을 공유한 '한미맨' 출신이었다.
이번 대표 교체 움직임의 배경에는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대주주 간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주 일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 그리고 형제 측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조직 안정과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박재현 대표의 연임을 지지해 왔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을 지지하며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후 지분 거래와 계약 위반 논란이 불거지며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양측 갈등은 지난해 말 사내 성추행 사건 처리 문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박 대표와 신 회장 측이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 대표 측은 인사 문제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주주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후 신 회장이 박 대표 연임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대표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사회 이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한미의 근간인 '임성기 정신'과 품질 경영의 가치는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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