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중동 정세 악화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천NCC가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주요 업체들도 잇따라 고객사에 공급 불안 가능성을 알리며 시장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중동 사태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물류 불확실성으로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대상은 폴리올레핀(PO) 계열 등 일부 제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공급사가 면책을 위해 발동하는 조치다.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 즉시 고객사에 통보해야 한다.
아직 실제 공급 문제가 발생한 단계는 아니지만, 원료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알린 것이라는 게 한화솔루션의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천NCC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도 일부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객사에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불안이 커지는 배경에는 낮아진 재고 여건이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구조 재편 과정에서 설비 통합과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생산량을 줄여 왔고, 이 과정에서 납사 비축분도 많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 쓰이는 납사는 절반이 수입산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도 중동산이어서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원료 수급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다음달부터는 공급 불가항력 선언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단순한 공급 차질을 넘어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동시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공급 문제를 넘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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