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현재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행정통합특별법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5개 메가시티, 3개 특별자치도)’의 핵심 과제로, 오는 6·3 지방선거에 맞춰 ‘통합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라는 거창한 구호가 무색하게 권역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특히 충남·대전 통합안은 지자체장의 강력한 반대와 차가운 민심에 부딪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충청권 통합이 멈춰 선 이유는 무엇일까.
Q. 행정통합특별법이란 무엇이며 왜 추진하는가?
행정통합특별법은 영남권(대구·경북), 호남권(광주·전남), 충청권(충남·대전) 등 핵심 거점 지역의 도와 광역지자체를 하나로 합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가진 ‘통합특별시’로 격상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며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새로 출범하는 통합특별시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행정적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통합특별시장은 장관급으로, 부시장은 차관급으로 격상되며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인허가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권 △조세권 등 핵심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된다. 재정적 혜택 역시 파격적이다.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국방 클러스터 조성 및 입주기업 특례가 주요 유인책으로 꼽힌다.
Q. 권역별 추진 현황은 어떠하며, 충청권만 멈춰선 이유는?
권역별 추진 속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광주·전남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3대 권역 중 가장 먼저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대구·경북 역시 최근 야당 의원들이 찬성으로 급선회하며 여야 합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충남·대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 멈춰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방의회 및 주민 간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시·도의회와 주민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Q. 통합을 추진하던 지자체장들이 반대로 돌아선 이유는?
본래 충남·대전 통합은 이장우 대전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적극적으로 주도한 사안이다. 추진 초기 충남 북부권의 대전 중심 통합에 대한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통합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이들이 돌연 반대 선봉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시·도가 합의했던 ‘핵심 특례’가 대거 삭제됐다는 점이다. 애당초 충남·대전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혜택을 전제로 통합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제출된 257개 특례 중 약 74%를 불수용하거나 자치권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수정 수용했다.
김태흠 지사는 재정 지원의 불확실성을 문제로 지목했다. 정부가 약속한 20조원 규모의 지원금이 실제 법안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장우 시장은 ‘국세의 지방 이양 조항’ 삭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치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 구역만 합칠 경우 대전의 세수가 충남으로 분산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이를 대전 시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하이재킹 행위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Q. 현장 민심은 어떠한가?
대전 시민들은 통합의 실익에 공감하면서도 추진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대전시 조사(대전광역시의회가 18일 동안 대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 방법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은 47.3%)에 따르면 통합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 된다는 응답(38.8%)이 부정적 응답(25.9%)보다 높았다. 그러나 절차적 투명성에 대해서는 29%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특히 응답자 68%가 ‘주민투표’를 필수 절차로 꼽으며 행정부 주도의 일방적 추진을 꼬집었다.
대전의 대학생 이수연(24) 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예산을 확보해 복지 혜택을 늘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 진행 과정은 너무 막무가내 느낌이다. 행정가들끼리 진행하니 일반 시민들은 관심조차 가질 기회가 없다”며 조급한 추진 속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충남에서는 찬성 의견이 56%(미디어토마토 조사)로 과반을 넘겼지만 지역 갈등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났다. 충남 소재 직장인 김화수(51) 씨는 “충남 사람들은 대체로 통합을 좋아한다. 예산을 많이 받으면 지역 발전에 분명 이득이기 때문”이라며 재정 확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대전 입장에서는 뺏기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프라 유출을 걱정하는 대전과의 갈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Q. 충남·대전통합법, 앞으로 어떻게 되나?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기 위한 법적 처리 마지노선은 3월 12일이다. 선거법상 선거일 전 일정 기간 내에 행정구역 개편이 완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충남·대전통합법을 조건으로 대구·경북통합법을 연계 처리하려는 여야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지자체 탄생’이라는 성과에 급급해 정작 시민들의 동의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결국 행정통합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본질을 잃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인 인질이 되어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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