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취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 수사를 ‘조작기소’로 규정하며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하고, 부당한 기소로 드러난 사건은 공소취소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소취소는 법률상 검사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절차라는 점에서 실제 실행 가능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 ‘조작기소’ 규정한 민주당… 국정조사 추진
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며 검찰 공소권 남용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 시기 진행된 검찰 수사 가운데 일부가 정치적 목적의 기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를 “조작기소”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치하에서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가 극에 달했다”며 “조작 기소로 제기된 공소는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특검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국정조사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제기된 검찰 수사 과정 의혹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하다 보면 더 많은 내용이 드러날 것”이라며 “민주당이 힘을 모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소영 의원은 부당한 기소가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를 강조했다. 그는 “부당한 기소는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주변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에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공소취소 제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천준호 의원 역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여러 차례 검찰 수사와 기소를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기소 의혹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문제 삼는 ‘이재명 사건’은 하나가 아니다.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여러 갈래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돼 왔다. 민주당은 이들 사건이 개별 형사사건을 넘어 윤석열 정부 검찰이 이재명 당시 당대표를 겨냥해 진행한 정치 수사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희성 법무법인 올곧음 대표변호사는 대장동, 김용, 백현동,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 번복과 증거 해석, 관계자 진술 확보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법 수사와 공소권 남용이 확인된 사건이라면 피고인이 수년간 재판을 거치며 무죄를 입증하도록 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한 구제가 되기 어렵다”며 공소취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공소취소 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장범식 변호사(민변 사법센터)는 공소취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소취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고 형사 절차를 완전히 종결시키는 제도도 아니라는 점에서 불완전한 장치”라고 말했다. 또 특정 정치 사건에만 논의가 집중될 경우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공소취소의 현실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신중한 의견이 나온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스스로 위법 수사를 인정하고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에 대해 “선의에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평가했다. 대신 국정조사를 통해 위법수사나 공소권 남용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통해 검찰을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취소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권한이다. 국회나 정부가 직접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결국 실제 공소취소 여부는 검찰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소취소 논의를 두고 사법 절차에 대한 정치권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소취소는 어디까지나 검사 고유의 권한인데 이를 국회가 나서 심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삼권분립과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찰개혁 입법과 사법제도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사실상 검찰의 기소권과 공소권까지 정치권이 좌우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공소취소 논쟁은 법률 문제와 정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기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공소권 남용이 있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 절차에 대한 정치권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다만 제도적으로 볼 때 공소취소의 열쇠는 여전히 검찰이 쥐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드러내고 이를 토대로 공소취소를 압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판단은 검찰의 몫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검찰 수사와 기소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 문제로 귀결된다. 정치권 공방과 별개로, 왜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검찰 스스로의 설명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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